▲ 조영진 한서대학교 헬기조종학과 교수가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항공대 앞에서 링스헬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잦은 출격으로 인한 조종사 피로도 관리체계 시급
‘무월광’ 비행 중 사망… “숙련된 조종사도 힘들어”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자동차는 위험할 때 서면 되지만 헬기는 설 수도 없다. 그렇기에 방산비리가 있었다면 진짜 큰일이다. 볼트 같은 작은 부품 하나가 조종사와 조작사의 목숨이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군사작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방산비리가 밝혀진다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조영진 한서대학교 헬기조종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링스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해 작은 부품 하나가 헬기 조종사의 목숨과 직결된다며 방산비리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훈련이 있던 지난달 26일 강원 양양군 동쪽 52㎞ 해상에서 작전 중 링스헬기가 추락해 정조종사 김경민 소령(33), 부조종사 박유신 소령(33), 조작사 황성철 상사(29)가 순직했다.

한미 양국 해군은 당시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무력시위의 하나로 동해상에서 수중에 숨은 북한 잠수함을 탐지해 파괴하고 한미 양국 이지스함에 탑재된 순항미사일 등을 이용해 지상의 북한 지휘부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연합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추락한 헬기 동체가 인양된 것은 사고 발생 닷새 만인 지난 1일. 해군본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13일 사고 발생 한 달이 다 되도록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링스헬기는 이전까지 두 차례의 추락사고와 한 차례의 불시착 사고가 있었다. 해군은 앞선 두 번의 사고는 비행 착각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번 사고는 긴급 구조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영진 교수는 이번 사고가 난 부대에서 지난 14년간 링스헬기를 조종해 온 해군조종사 출신이다. 그는 이번 헬기 추락 원인에 대해 기체 결함 혹은 조종 실수 등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 이번 링스헬기 사고 원인 어떻게 추측하나.

정조종사 김경민 소령이 추락 당시 ‘메이데이’ 구조신호를 4번이나 보냈다. ‘메이데이’ 구조신호를 보냈다는 것은 상당히 긴급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기체 결함인지, 비행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부분이었는지는 사고조사가 나오기 전까지 장담할 수 없다.

기체 결함이라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자동차로 예를 들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 브레이크나 핸들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곧 실제 운전하는 데 문제가 있어 구조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 링스헬기에 적용하면 조종관이 통제가 안 되는 것, 나는 계속 위로 올라가고 싶은데 헬기가 바다에 추락하는 상황인 것이다.

- 링스헬기 어떤 작전에 투입되나.

주로 해상작전에 투입된다. 정확히 말하면 적의 함정과 잠수함을 겨냥한 작전이다. 무기 체계도 거기에 맞도록 장착 돼 있다. 이번 사고도 대잠수함작전 중 발생했다.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의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링스헬기는 그것을 탐지하고 미리 공격할 수 있는 해군의 핵심전력이다. SLBM은 원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한 무기체계로 그것을 방어하기 위한 잠수함 방어 훈련이다.

북한에서 부산을 겨냥한다고 가정하자. 땅에서 미사일을 쏜다면 거리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몰래 잠수함이 들어와 부산 앞바다에서 발사하면 그만큼 타격이 크고 정밀도도 높아진다. 결국 적의 잠수함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인데 링스헬기가 그 역할을 한다. 적의 잠수함을 탐지해서 식별한 다음 공격까지 해내는 것이다.

- 야간 비행 훈련이었다. 기상악화 원인 가능성은 없나.

훈련 당시에는 비행 작전을 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기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훈련은 ‘무월광(無月光)’ 임무에다 200피트라는 상당히 저고도에서 수행한 작전이었다. 무월광 비행은 숙련된 조종사들도 힘들어한다. 무월광 상태에서 해상작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상이랑 무관하다. 기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 환경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상태에서 비행하는 것이다. 실제 안 해 본 조종사들은 그것의 난이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 무월광 상태 비행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한마디로 달빛조차 없는 캄캄한 상태 비행이다. 그런 환경에서 바다 위를 비행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방이라면 침대가 어디 있고 책상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겠지만 바다 위에서 비행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상황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 노출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 무월광 상태 작전을 수행하는 이유는.

적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월광 상태에서 침투하지 않겠나. 그런 상황을 대비해 특별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그럴 때 더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군 작전상 안 할 수 없는 훈련이다.

- 헬기 사고 예방 대책은.

다시 말하지만 무월광 비행을 한다는 자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비행하는 기상 제한치를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조종사의 피로도 문제다. 여기에 교육과 훈련 등의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 어려운 작전을 나가기 전 조종사의 몸은 반드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해상파견에 고생도 많이 하고 피로도 쌓인 상태에 복귀하지 못하고 비상대기태세를 유지한다. 또 복귀해서도 인원이 없어 비행도 많이 한다. 당연히 그런 상태에 무월광 비행 같은 위험한 작전을 수행한다면 위험도 훨씬 클 것이다. 지금 해군 거의 모든 부대가 인력 부족으로 힘들어 하는 것으로 안다.

사람이 없어 한 사람이 몇 시간 비행하는 상황이다 보니 인력 보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번 사고를 당한 장병들 소속 부대는 ‘와일드 캣’이라는 최신 해상작전 헬기가 도입되면서 그쪽으로 많은 인원이 편중돼 있고 숙달된 조종사들은 전역하는 등 아마 여러 가지가 겹쳐서 꼬여 있는 듯하다.

이런 것을 먼저 해결해야 사고가 예방될 것이다. 기체결함, 방산비리, 비행 환경은 그다음 일이다. 교육·훈련 체계부터 조종사들 피로도, 생활 등 이런 것들을 먼저 개선하는 방법이 강구되는 게 선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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