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사건 발생 15일만에 경찰에 붙잡힌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 씨는 극도의 심리적 불안정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수사본부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오후 경찰에 붙잡혀 부산 사상경찰서 형사과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으며 극도로 불안해하는 등 심리적으로 비정상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경찰 질문에 대부분 대답하지 않고 있는데다 정신적으로 몹시 쇠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프로파일러도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아야 조사가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라며 "이는 언제 잡힐지 모르는 극도의 불안감속에서 15일간 거의 잠을 못자면서 도망다니느라 심신이 몹시 지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김 씨가 불안해하는 또다른 이유는 자신이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확정되면 '강간살인' 또는 '강간치사' 혐의로 무기징역형이나 최고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자포자기식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또 차량으로 부산 사상경찰서에 도착한뒤 포즈를 해 내린 뒤 한 시민에게서 뒤통수를 얻어맞자 고개를 돌리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김 씨는 이같은 심리적 불안상태에서도 비교적 담담하게 범행사실을 부인, 경찰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내가 김길태가 맞고 전단지 사진은 경찰에 붙잡혔을 때 찍힌 것이다. 덕포동 일대 빈집과 폐가, 건물옥상 등지에서 숨어 지내왔다"는 진술을 했다고 경찰이 전해줬다.

또 "여중생 이 양을 아느냐는 조사관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하거나 이 양의 집에도 가본 적이 없으며 도주 기간 라면을 먹고 술을 마셨으며 담배도 많이 피웠다고 태연하게 말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길태는 겉으론 담담해보이지만 분명 정신적으론 패닉 상태"라며 "그는 이번 사건의 혐의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한 가닥 기대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으나 이 양의 몸에서 김길태의 DNA가 검출됐기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