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고의 역작이 최악의 졸작으로 마감됐다. 13일부터 일제히 갤럭시노트7(갤노트7)의 교환 및 환불이 이뤄졌다. 판매 54일 만에 단종(斷種)이 선언된 갤노트7 사태는 적잖이 충격적이다. 삼성의 문제라기보다 우리 경제 전반에 역풍이 될까 우려스럽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미국에서 삼성 세탁기 폭발사고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삼성에 대한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중심에는 이건희 회장의 ‘품질제일주의’가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불량품이 발견된 휴대폰 애니콜을 전량 수거해 ‘애니콜 화형식’을 가졌다. 이는 오늘날 명품 삼성을 만들어낸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갤노트7의 폭발 원인이 아직 정확히 다 밝혀지진 않았지만, 무리한 개발 일정과 과도한 혁신 압박이 원인이라는 건 공통된 지적이다. 일부에선 삼성전자 내부의 의식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완벽을 추구하는 회장 밑에서 긴장하던 경영진들이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 느슨해지고, 내부 소통망에도 문제가 생겼을 거라 보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이 운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전체가 삼성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일방적 사랑도 이번 삼성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자로 꼽히는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삼성에만큼은 관대하다는 걸 최근 갤노트7 리콜 사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국 소비자들이 리콜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것과 달리 국내 소비자들은 리콜을 받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거기에 언론마저 갤노트7의 연이은 폭발에도 ‘배터리 발화’라는 순화된 용어를 사용하며, 親삼성 행보를 보여 결과론적으로 삼성에 독(毒)이 됐다. 

삼성이 승계과정에서 보여준 놀라운 절세 기술로 인해 삼성을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만, 삼성이 망하기를 바라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체제 초기에 일어난 이번 갤노트7 단종 사태를 ‘기업인 정신’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부회장과 경영진 스스로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이건희 회장의 품질제일주의만이 삼성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고, 늘어진 고삐를 잡아당기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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