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손성환 기자] CSI 과학수사대, 그레이 아나토미, 본즈, 프리즌 브레이크, 하우스 등 미드(미국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 이야기를 미드와 연관해 누군가 설명해 준다면 지루할 수 있는 과학이 알기 쉽게 될 것이다.

▲ 이은희 저자, 살림Friends 출판의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천지일보(뉴스천지)
‘하리하라, 미드에서 과학을 보다’는 CSI 과학수사대와 같은 범죄 수사 드라마에서 범인을 밝히기 위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을 생물학 전공인 저자의 생명과학 지식으로 설명해준다.

CSI 라스베이거스 시즌7에서는 ‘미니어처 킬러’로 불리는 익명의 연쇄 살인범을 찾기 위해 과학수사가 벌어진다. 어느 날 CSI 그리섬 반장에게 소포 하나가 배달된다. 소포에 들어 있는 것은 범죄 현장을 묘사한 축소 모형이었다. 익명의 살인범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축소시킨 미니어처를 제작해 범죄 현장에 남겨두는 행동을 보인다. 더욱 담대해진 범인은 앞으로 벌어질 살인 현장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경찰에 보내기까지 한다.

그리섬 반장을 비롯한 수사 대원들은 모형을 다각도로 분석한 끝에 살인이 벌어질 현장을 찾아낸다. 그리고 경찰을 변장시켜 그 장소에 투입시킨다. 범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변장한 경찰은 쿠션으로 얼굴을 가린 채 소파에 누워서 잠든 척하고, 나머지 경찰은 CCTV를 설치해서 감시했다. 하루가 꼬박 지나도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단 현장에서 철수하기 위해 소파에서 자고 있던 경찰을 흔들어 깨우지만 이미 숨을 거둔 상태. 도대체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은 범인이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 있었을까?

그 답은 현장을 조사하면서 발견된다. 범행 현장을 조사하던 수사 대원들은 소파 옆에 있던 벽난로에서 단서를 찾아낸다. 벽난로 안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에 든 내용물이 불꽃 위로 쏟아지도록 하는 장치가 부착돼 있었다. 범인이 미리 넣어 둔 목탄 가루가 불꽃 위로 떨어지면서 발생한 일산화탄소 때문에 잠복 중이던 경찰이 질식해 숨졌던 것이다.

저자는 이 일산화탄소가 왜 독가스로 작용했는지 설명한다. 혈액 속의 적혈구는 가스 교환을 직접 담당하고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배달한다. 적혈구를 이루는 주요 물질은 헤모글로빈(hemoglobin)이라는 단백질인데, 이것은 4개의 단위로 이루어졌다. 각 단위에는 철(Fe)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철이 끈끈이 역할을 해서 산소와 결합한다. 헤모글로빈 1개에는 철 분자가 4개 들어 있으니 헤모글로빈 분자 1개는 산소 분자 4개를 운반한다.

따라서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기 위해서는 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철이 부족하면 적혈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산소 운반 능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 헤모글로빈이 가장 좋아하는 기체는 일산화탄소이다. 그렇기에 헤모글로빈은 줏대 없이 산소를 과감히 버리고 일산화탄소와 결합한다. 일산화탄소의 헤모글로빈 결합력은 산소에 비해 200배 이상 강력하고, 한번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미드 CSI 라스베이거스에서 범인은 이 헤모글로빈의 일산화탄소 친화력을 잘 알고 있는 지능범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경찰관은 결국 산소 부족으로 사망하게 된 것이다.

이은희 지음 / 살림Frieds 펴냄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신경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는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과정 박사 과정을 수료한 과학 박사이다.

저자는 PC통신이 절정을 이뤘던 대학 시절부터 ‘하리하라’라는 아이디로 많은 과학 과련 글을 써 왔다. ‘하리하라’는 인도 신화에서 따온 것으로, 창조의 신 비슈누와 파괴의 신 시바가 서로 맞대고 결합한 상태를 의미한다.

저자는 다양한 매체와 인터넷 카페 등에서 칼럼니스트이자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를 보더라도 그 이면에 감춰진 과학적 사실들을 낱낱이 알려서 ‘과학을 보는 눈’을 알려주고 있다.

현재는 대학에서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2003년에는 한국과학기술도서상(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하리하라의 바이오 사이언스』『하리하라의 과학 블로그1·2』 『하리하라의 과학고전 카페 1·2』 『하리하라의 과학 오디세이』 『하리하라의 세포 여행』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과학 읽어주는 여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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