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막노동해서 길태한테 영치금까지 넣어줬는데..이럴 수가"

부산 여중생 이모(13) 양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의 아버지 김모(69) 씨는 10일 오전 사상구 덕포동 자택에 찾아간 취재진에게 "가슴이 답답하다"며 이같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양이 실종 11일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이후 김 씨는 술기운을 빌린채 하루하루를 지내오고 있다.

그는 "손녀같은 아이에게 왜 그렇게 잔인한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빨리 자수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씨는 아들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때 막노동을 하면서 번 돈을 수시로 영치금으로 넣어주며 옥바라지를 했다.

10만원, 15만원, 20만원 씩 넣어준 영치금 우편환 영수증을 건네 보인 김 씨는 "길태가 출소후 이것을 보고 뉘우치고 새 삶을 살길 바랬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부인 윤모(66) 씨도 "길태로 인해서 국민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데.."라며 "무엇보다 이 양의 식구들을 생각하면 아들을 대신해 죄책감이 생긴다"고 울먹였다.

윤 씨는 "분명 잘못된 것이니 죄값을 받는다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느냐"며 아들의 자수를 간절히 희망하기도 했다.

윤 씨는 그러나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을텐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숨어지내는 아들의 안부를 걱정하기도 했다.

윤 씨에 따르면 사건 전인 지난달 20일 아들이 집에 찾아와 김치와 밥을 들고 갔고 25일엔 '배고프다'며 찾아왔으나 경찰이 찾는다는 말을 듣고 바로 도주했다는 것이다.

슬하에 딸 2명을 두고 아들이 없던 김 씨는 1978년 모 교회에 다니던 동생의 소개로 길태를 입양했다.

어릴 땐 공부도 열심히 하던 착한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을 중퇴하면서 탈선의 길로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김씨는 털어놓았다.

김길태는 교도소 출소를 6개월여 앞둔 지난 2008년 12월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된다. 못난 자식 때문에 고생하시는 게 늘 가슴이 아프다"는 내용의 편지를 부쳐 왔고 작년 추석땐 수원에서 이삿짐을 나르며 직접 번 돈 30만원을 김씨 부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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