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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바람개비를 들고 힘차게 뛰어놀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람개비는 놀이문화로서가 아닌 풍년을 기원하는 주술적(呪術的)인 의미로 먼저 시작됐다.

세조실록(世祖實錄)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새해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로 벼·기장·조·보리·콩 등 오곡 이삭을 볏짚 주저리와 함께 긴 장대에 매달아 마구간 옆이나 대문간 앞에 세우곤 했다. 이때 바람개비(보름볏가리)를 만들어 장대 이삭 밑에 함께 달았다.

또 바람개비는 ‘회회아(回回兒)’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조선 후기 서적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의 전통부적문화라고 할 수 있는 ‘정월상원조’에 잘 나와있다. 아이들은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연날리기를 그만두고 오색 종이를 대나무 가지 양끝에 붙여 자루와 연결해 빙빙 돌도록 만들었다.

바람은 비와 관계되고 비는 곧 농사와 연관되기 때문에, 예로부터 바람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단군신화에는 환웅(桓雄)이 하늘에서 지상의 인간을 다스리러 내려올 때, 바람 신(神)인 풍백(風伯)을 거느리고 왔다는 기록이 있다.

아울러 동국세시기에는 2월이 되면 집집마다 ‘영등할미’라는 바람을 관장하는 신을 위해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바람개비는 언제부터 놀이 문화로서 자리 잡게 됐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아주 오래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주술적인 의미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돌렸고, 그것이 점차 놀이의 요소만 남게 돼 오늘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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