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자 모르면 한자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통념 깨
“한자어 수학 용어 78%도 한자 지식 도움 안 돼”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한자(漢字)를 알아도 한자어((漢字語)에는 까막눈.”

그동안 ‘한자’를 모르면 한자를 이용해 만든 낱말 ‘한자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통념이 강했지만, 이를 반박하는 실증적인 분석 자료가 나왔다.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는 지난달 23일 ‘한자어의 이해 과정과 어원 지식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토론회에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 중 구성 한자의 뜻과 상관성이 높은 한자어는 전체의 32%에 불과했다”고 발표한 연구 결과를 7일 밝혔다.

해당 결과는 현직 초등교사 10명과 한글문화연대가 초등 3~6학년 국어, 사회, 과학,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1만 1023개의 한자말을 구성 한자의 뜻과 연결해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자 어원과 상관성이 전혀 없는 한자어도 6%나 됐다. 한자어 수학 용어에서도 한자 지식이 도움 되는 용어는 22%에 불과했다. 또한 초등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의 구성 한자 가운데 중·고교용 기초한자 1800자에 포함되지 않은 한자가 620자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글문화연대는 한자 어원과 맺는 상관성에 따라 한자어를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눴는데 ▲‘부모(아비 부(父), 어미 모(母))’처럼 어원 상관성이 높은 한자어 ▲‘사회(모일 사(社), 모일 회(會))’처럼 어원 상관성이 낮은 한자어 ▲‘헌법(법 헌(憲), 법 법(法))’처럼 어원이 동어반복인 한자어 ▲‘우주(집 우(宇), 집 주(宙))’처럼 어원 상관성이 없는 한자어다.

특히 한자의 뜻과 음이 동어반복인 ‘법 법(法)’ ‘재물 재(財)’와 같은 한자가 교육부 권장 중·고교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 가운데 25% 이상인 바, 이런 한자가 포함돼 동어반복의 순환을 일으키는 한자어가 무려 46%로 나타났다.

즉 상관성이 높은 한자어를 제외한 나머지 68%의 한자어는 한자 지식을 이용해 한자어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글문화연대 측은 “이는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거나 한자교육을 강화해 한자어 교육 방안을 모색 중인 교육부의 연구 전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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