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성지를 가다-수도권④] 제물포서 시작된 선교의 꿈, 장로교 100년史 쓰다
[종교성지를 가다-수도권④] 제물포서 시작된 선교의 꿈, 장로교 100년史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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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인정돼 수많은 종교가 한 데 어울려 살고 있는 다종교 국가다. 서양이나 중국에서 들어온 외래 종교부터 한국에서 자생한 종교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각 종단들은 정착하기까지 우리나라 곳곳에서 박해와 가난을 이기며 포교를 해왔고, 그 흔적은 곳곳에 남아 종단들의 성지가 됐다. 사실상 한반도는 여러 종교들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에 본지는 ‘이웃 종교 알기’의 일환으로 각 종교의 성지들을 찾아가 탐방기를 연재한다.

한국기독교사적 제1호 지정 
교계 행사 다수 진행 ‘행사 1번지’ 
선교사 입국 100년 기념해 건설 
뒤편 선교사사택·순교자기념탑 
국내 기독교 역사적 가치 있어 

▲ 서울 연지동에 위치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교계의 세미나·회의 등 각종 행사의 1번지로 손꼽히며 사람들이 많이 드나든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 각 지역도 고유의 특색을 지니고 있다. 서울 연지동은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건물·기관이 많아 ‘한국기독교타운’이라고 불린다. 그중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은 교계의 세미나·회의 등 각종 행사의 1번가로 손꼽히며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100년 남짓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로서는 기념관 뒤로 자리한 옛 선교사 사택과 기독교역사관 등이 밀집한 이곳이야 말로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평소에 기념관을 자주 찾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러한 가치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선선한 바람으로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을 알리는 9월 하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을 찾았다. 서울 종로5가역 2번 출구에서 혜화동 쪽으로 100여미터 남짓 발걸음을 옮기니 기독교 건물들이 속속 눈에 띈다. 110년의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연동교회, 또 그 맞은편에는 한국기독교회관, 한국기독교연합회관 등 다양한 기독교 건물이 빼곡하다. 한국기독교타운이라는 별명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건물들을 지나 조금 더 걸으니 나무들 사이로 붉은빛의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이다. 현대의 콘크리트 식이 아니라 붉은 벽돌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 져 있었다. 건물 한쪽에는 십자가 마크가 있고,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이름이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이라 언뜻 보고는 ‘교회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건물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은 교회가 아닌 첫 선교사가 입국한 날을 기준으로 100년 후 세워졌다. 지금으로부터 130여년전 중국 상해에서 장로교회 의사로 일하던 호러스 알렌(Horace N.Allen)은 ‘한국 선교’의 뜻을 품고 1884년 9월 20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것이 장로교 선교사로는 최초의 한국 입국이 된다. 장로교에서는 이를 교단 역사의 시작으로 보고 100주년에 발맞춰 1980년 ‘100주년 기념사업협의체’를 조직하고 10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건물이 바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인 것이다. 이 기념관은 알렌이 제물포에 발을 디딘 지 꼭 백년이 지난 1984년 9월 20일 세워졌다.

▲ 기념관 내부 역사관에 전시된 1938년 신사참배를 결의한 제27회 총회록. ⓒ천지일보(뉴스천지)

기념관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더니 기독교 역사관이 보인다. 정면에는 100여명의 역대 총회장 사진으로 빼곡히 채워진 액자가 보인다. 다른 벽면에는 한국 기독교사를 정리해놓은 표와 기독교 역사 초반에 찍은 흑백 사진들이 있다. 벽면 아래에는 빛이 바래 누레진 과거의 책들과 총회록 같은 문서들 그리고 기념품 등이 전시돼있다. 공간이 그리 크지 않아 몇 발자국 옮기지 않아도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와 사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는 역사관 외에도 대강당·소강당·상설전시실·각종 연수실·회의실·사무실·식당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규모는 지하 2층·지상 6층·총면적 3000여평 정도로 조성 돼있다.

▲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뒤편 모습. 기념관 뒤로 선교사 사택, 순교자 기념탑의 일부가 보인다. 사택 앞쪽은 건물을 짓기 위해 한창 공사 중이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구 미국장로교 선교사사택. 현재는 장로교 출판사로 사용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건물을 나와 둘러보니 구석에 조그마한 길이 있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오래된 작은 사택이 눈에 띈다. 현재는 출판사로 사용되는 건물이지만 과거 미국장로교 선교사들이 살았던 곳이다. 과거 서울 종로구 연지동 일대는 미북장로교 서울선교부가 방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일대에는 31동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있었지만 다 없어지고 현재 유일하게 남겨진 곳이 바로 기념관 뒤에 자리한 이 선교사 사택이다. 원래는 현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자리에 선교사 사택 2동이 있었는데, 1983년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을 건축하면서 현재 식당위치에 있던 사택 하나를 헐고 외벽을 쌓았던 벽돌들을 기념관 소강당 내부 벽면 장식재로 사용했다.

▲ 한국교회 순교자 기념탑. ⓒ천지일보(뉴스천지)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선교사 사택은 세월을 증명하듯 낡아져 있었고, 벽면은 넝쿨로 가득했다. 구사택은 지하 1층, 지상 2층과 다락방이 있는 건물로, 외벽은 벽돌로 쌓고 내부는 목조로 돼 있는데 전형적인 선교사 사택의 모습이다. 그런데 주위 땅이 이곳저곳 헤쳐져 있었다. 경비원에게 물으니 다른 건물을 짓고 있단다. 옆을 보니 높은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바로 한국교회 순교자 기념탑이다. 선교 백주년을 기념하며 오늘의 한국교회를 위해 순교한 선교사들과 순교자들을 기려 세워진 이 기념탑은 기념관과 함께 세워졌다.

이러한 구 미북장로교 서울선교부 부지와 선교사 사택이 있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일대는 한국기독교사적제1호로 정해졌다. 그만큼 이곳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교회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러한 가치를 놓치고 있었다면, 다시 가치를 인식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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