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출범 5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그 사이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전경련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정경유착의 고리’요, ‘정권의 비자금 창구’라는 말도 낯설지 않았다. 물론 군사정권 시대에는 총칼 앞에 선 재계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 민주화 시대의 전경련은 확실히 달라졌어야 했다. 그럼에도 전경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전경련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대는 대기업들의 모금 창구 역할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권력의 배경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게 누군지는 좀 더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다시 전경련이 국민적 비난의 중심에 섰다. 뜬금없이 문화와 스포츠를 들고 나온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짧은 기간에 800여억원의 기금을 모았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부터 우리 대기업들이 그렇게 문화와 스포츠 재단에 엄청난 돈을 댔다는 말인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관련 사업도 적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래서 권력 실세들이 뒤에서 사실상 강제적으로 돈을 끌어 모았으며, 전경련이 그 모금 창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의혹은 점차 밝혀지겠지만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이번 전경련의 행태는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국민의 눈높이에 역행하는 행태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 논란이 빚어질 때 전경련 산하의 ‘자유경제원’은 노골적으로 정부 편을 들었다. 그 옳고 그름은 떠나서 국정교과서와 전경련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정부의 ‘홍보 창구’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올 초에는 ‘노동4법’을 놓고 정치권이 대치하고 있을 때 전경련은 갑자기 1000만명 서명운동에 나서는 촌극을 빚었다. 정부의 ‘들러리’ 역할을 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 뿐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 차명계좌로 억대의 돈까지 대주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과연 이것이 전경련이 해야 할 일이란 말인가.

사실 엄정하게 말하면 전경련의 이런 행태는 소속 회원사인 대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권유착의 통로라는 비판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마침 야권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에서 이참에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감정적이거나 즉흥적인 얘기가 아니다. 국가와 시장경제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위해서 내린 결론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젠 전경련이 결단해야 한다. 국민에게 사죄하고 스스로 해체하는 용단을 기대해 본다. 더 이상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고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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