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얼마 전 초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던 ‘태양의 후예’라는 드라마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던진 울림이 컸던 작품이었다. 필자 또한 방송시간을 놓쳤을 경우에는 주말의 재방송 시간대를 찾아서까지 빠지지 않고 봤던 거의 유일한 드라마였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군대라는 특수조직을 다루고 있었고, 지진이라는 우리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재난상황을 조명하며, 그 안에서의 애틋한 남녀간 사랑까지 골고루 보여주었으니 청춘남녀를 비롯해 아재세대에 이르기까지 국민드라마로 손색이 없었던 게 분명했다. 

바로 며칠 전 민주평통 영등포협의회에서 주최한 대학생, 청년들과 함께 통일을 꿈꾸는 캠프일정에 특강의 시간을 부여받아 참여하게 됐는데, 캠프 장소가 민통선 내에 위치한 캠프 그리브스라는 곳이었다. 미군 부대를 개조해 유스호스텔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도착한 장소였는데, 그곳이 바로 태후드라마 촬영지였던 것을 뒤늦게야 알고서 잠시 짬을 내여 여기저기 캠프장 구석구석을 다녀보는 호사를 누렸는바, 강원도 태백에서의 촬영지만 기억했던 필자는 이런 장소에서 드라마상의 멋진 장면 하나하나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었다. 

이 같은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진행된 통일특강과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통일꿈나무 그리기 행사에서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각각 조를 편성하여 나름의 작품을 그렸는데, 기성세대들은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가 다양한 색깔의 크레파스를 활용하여 도화지를 채워나갔고, 청년들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순발력으로 자신의 꿈들을 하얀 지면 위에 펼쳐나갔다. 나무라는 것은 원래 뿌리가 있고 줄기가 있으며 풍성한 잎과 열매를 맺게 되는데, 그 과정은 흡사 한반도의 통일을 가꾸는 것과 같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사위원의 한 명으로 두 세대의 그림그리기 모습을 지켜본 필자로서는 작을 수 있지만 너무나 큰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생각의 다름이나 실천의 상이함이 아니라 충분한 역할분담이라는 것을 발견한 점은, 이번 캠프를 통해 스스로 크게 배울 수 있었던 결과물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현장에서 기성세대는 거의가 똑같이 뿌리, 줄기, 잎과 열매를 그려가면서 뿌리와 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으며, 뿌리와 줄기의 소중한 역할이 바로 풍성한 잎과 열매를 맺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에 방점을 두는 그림들을 그려 나갔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습 그대로 자신들이 여전히 그 뿌리의 역할을 다해 헌신함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건실한 줄기가 뻗어났으며, 이제 그 결실은 바로 다음세대에게 행복과 번영, 기회라는 열매로 주어질 것이라는 것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청년세대들은 기본적인 구도는 나무를 그린다는 차원에서 거의 유사했는데, 뿌리와 줄기에 근간을 두면서도 잎과 열매라는 결과물에 있어서는 구체적으로 자신의 현실적 위치에서 이루어내고 싶은 통일의 미래상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현재 대학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학생은 열매의 부분에 통일된 한반도에서 심리상담사가 되어 북한주민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고, 또 다른 청년은 자신이 평소 꿈꾸고 공부했던 지적측량 전문가로서 통일한반도를 유라시아로 뻗어가는 공간정보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또 어떤 학생은 통일한반도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자신의 미래비전을 가감 없이 표현하기도 했었다. 

기성세대는 여전히 든든한 청년세대들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본능적인 인성으로 나타났으며, 청년세대는 통일시대의 주역으로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겠다는 감출 수 없는 본성을 표현했으니 이 얼마나 제대로 된 역할분담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태후드라마에서 유시진 대위와 강모연 의사와의 사랑이 아름답게 결실을 맺었듯이, 이렇게 우리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는 소중한 역할분담으로 통일시대를 기약했다는 것이, 캠프 그리브스에서의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함께했던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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