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누가 대한민국에 ‘그물’을 던졌나
[리뷰] 누가 대한민국에 ‘그물’을 던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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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물’ 스틸. (제공: NEW)


가족 품으로 돌아가려는 ‘철우’
불쌍하다며 귀화 권하는 ‘남한’
벼랑 끝으로 밀어 붙이는 ‘북한’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살다보면 한번쯤, 어쩌면 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힐 때가 있다. 해결하고 싶어 대안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소용없다.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발생한 문제에 따라 하루하루 긴장된 삶을 살아간다.

남북문제가 그렇다. 동서를 가르는 경계선을 중심으로 한반도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몸을 비비며 버티지만 동족상잔의 비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분단 후 66년 동안 조금도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미워하고 날을 세우고 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그물’을 통해 남북문제에 대한 한반도의 안타까운 단면을 그렸다. 그는 “영화의 주된 배경인 임진강은 우리에게 남북을 가르는 슬픈 경계선이지만 강대국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를 줄이는 완충선”이라며 “한반도 전쟁은 곧 세계 전쟁, 인류의 종말과 같다. ‘그물’의 배경으로 임진강을 선택한 것은 나의 공포와 불안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영화 ‘그물’은 분단 후 66년 동안 조금도 달라진 것 없이 서로를 미워하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서 고장 난 배로 인해 우연히 남북의 경계선을 넘어 남한으로 가게 된 북한 사람 ‘철우(류승범 분)’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주일의 이야기를 담았다.

▲ 영화 ‘그물’ 스틸. (제공: NEW)


◆北으로 돌아가고픈 ‘철우’

북한 어부 ‘남철우(류승범 분)’는 평범한 아침 그물을 던지러 나가던 참이었다. 여느 때처럼 배를 대놓은 임진강 초소에 신분증을 낸다.

“남철우 동무, 이거이 농담인데 배가 남조선으로 가면 배를 버릴 수 있갔어?”

초소를 지키는 군인에게 들은 한마디가 괜히 마음에 걸린 철우. 10년을 꼬박 일해 구매한 전 재산인 배를 버릴 수 있다고 쉽사리 말하지 못한다.

남북 경계선 근처에서 고기를 잡던 ‘철우’의 배 원동기에 그물이 걸린다. 도와 달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이미 경계선을 넘은 터였다. 배는 그대로 떠내려가고 남한에 도착한다. ‘철우’는 남한 정보요원들에 의해 서울로 이송된다. 국정원은 ‘철우’를 잠정적 간첩으로 규정하고 일주일에 걸친 조사를 한다.

“생긴 게 딱 간첩이네.”

아버지가 6.25전쟁 때 돌아가셔 북한에 대한 경계심이 심한 ‘조사원(김영민 분)’은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증거를 만들어서라도 ‘철우’가 간첩임을 증명하려고 한다. ‘철우’은 간첩이 아니라 고기잡이일 뿐이니 가족이 있는 북한에 돌려보내달라고 호소하지만 ‘조사원’은 이를 무시하고 더 필사적으로 조사한다. 남한은 ‘철우’를 공화국에 세뇌당한 빨갱이라고 규정하고 오지랖 넓게 귀순할 것을 권유한다.

국정원의 끝임 없는 압박에 철우는 간첩으로 인정하지 않고, 빨갱이가 아님을 증명하고, 무사히 북한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남북문제 민낯 직시

‘그물’은 파격적인 소재로 충격을 줬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과는 사뭇 다르다. 김기덕 감독은 이제껏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이전 영화에선 개인의 원형적인 문제를 고민했다면 이번엔 동족상잔의 비극인 남북문제의 민낯을 직시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인공 ‘철우’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을 처리하려 발버둥 친다. 하지만 남한과 북한은 ‘철우’를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 벼랑 끝으로 내모는 위협을 가한다. “사상 그딴 거 필요 없고 내 가족이 중요하다”고 외치기만 하는 ‘철우’는 위협 받고 있을 가족들 생각에 제대로 먹지도, 마음 놓고 타인을 도와주는 것도 힘들다.

▲ 영화 ‘그물’ 스틸. (제공: NEW)


‘철우’의 마음을 돌려 귀화하게 하려는 남한 측은 명동 한 가운데 ‘철우’를 던져 놓고 경험하게 한다. 최고의 번화가이자 자본주의의 상징인 명동에서 남한의 우월함을 느껴보라는 의도다. 그러나 ‘철우’는 북측에 돌아가서 받을 오해가 두려워 눈을 질끈 감고 명동 한복판을 헤맨다. 그런 철우의 모습에 ‘오진우(이원근 분)’는 분노하고 그를 돕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지만 도울 힘이 없다. 마치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힘없는 국민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와 반대로 간첩을 놓쳤던 적이 있던 ‘조사원’은 ‘철우’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북한의 피해의식과 증오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될 수 없음을 드러내는 김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다.

영화에서 말하는 그물은 이념과 체제, 고기는 개인이다. 김 감독은 이 같은 비유를 들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시대 속에 이념과 체제에 둘러 싸여 빠져나갈 수 없는 안타까운 한민족의 민낯을 드러낸다.

영화 초반 군사경계선에서 북한 군인이 물었던 ‘배가 남쪽으로 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은 결국 관객에게 하는 질문이다. 영화는 6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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