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숙 ‘수계도’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서리 사는 곳이 재상집 같아. 도서와 애완동물이 방안에 가득. 어찌하여 취미로 풍속 옮기리. 모두가 유행 탓에 풍속 버렸다.”

조선 후기 사대부 신위(申緯)는 말단 관리인 서리의 집이 마치 재상의 저택처럼 각종 책과 골동 서화들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꼬집었다. 이 말은 예술품과 호사품이 유행했던 당시의 상황을 잘 알려주고 있다. 즉 경제적 여유와 예술을 누릴 수 있는 수요층이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도심 흐름 속에 맞춰 미술이 변화돼 갔다.

이와관련, 국립중앙박물관이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특별전을 5일부터 11월 23일까지 연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조선시대 후기(18세기)부터 1930년대까지 우리 미술을 도시 문화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자리로, 모두 204건 373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 ‘고소번화도’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이 꽃핀 도시를 살펴보는 자리이며, 미술을 만들고 사랑한 사람들을 만나는 전시”라며 “예술품을 제작한 작가부터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분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도시 경관이 10여미터에 이르는 긴 두루마리에 상세히 묘사된 랴오닝성박물관 소장 ‘청명상하도’와 ‘고소번화도’를 전시한다. 두 작품은 우리 국보에 해당하는 중국 1급 문화재로 두 점이 동시에 전시되는 기회는 매우 드물며, 이번에도 단 19일 동안(10월 5일~23일)만 진본을 공개한다.

특별전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성문을 열다’는 조선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한양의 변화를 그림으로 살펴보는 자리다.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였던 한양은 조선 후기가 되면서 북적이는 상업 도시로 거듭났다. 도시 영역은 성곽 밖으로 확장돼 나갔고, 시인과 화가들은 도시를 노래하고 도시를 그렸다. 특히 정조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도시 화성의 모습을 알려 주는 화성전도(華城全圖)가 최초로 공개됐다.

2부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는 도시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도시 속 사람들은 풍속화의 주인공이 됐고, 김홍도와 신윤복이라는 걸출한 풍속화가가 각광을 받았다. 또 도시에 집중된 최신 정보와 번화한 문물을 바탕으로 향촌과는 다른 도시 문화가 성장했다.

3부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는 도시의 취향과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을 전시한다. 풍부하고 세련된 문물은 화려한 도시의 취향을 만들었고, 그것을 욕망하고 소유하고 과시하려는 풍조도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4부 ‘도시, 근대를 만나다’는 근대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미술가들의 변화를 모색해가는 과정을 짚어 보는 자리였다. 개항과 더불어 신문물과 신매체가 도시에 밀려 들어왔다. 미술가들은 새로운 사조와 문물의 자극을 받으며 미술의 새로운 동향을 만들어 갔다.

장진아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과연 미술이 어떻게 변했을까가 의문이었다. 전시를 지금도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미술이 변화하고 있고 문화가 됨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 정조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도시 화성의 모습으로 알려진 화성전도가 최초로 공개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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