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이 이렇게도 흔한 말이었던가.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 마음은 짐승과 같은 사람들. 짐승도 제 새끼는 귀한 줄 안다는데 인두겁을 쓰고 흉악한 일을 저지르는 이들을 보면 그 심중을 헤아리는 것 자체가 무모한 것만 같다.

2년 전 입양한 6살 딸아이를 학대한 후 숨지자 시신을 훼손한 부부와 이를 도운 19살 동거녀의 사건이 또 한번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숨진 아이의 친모는 사정이 여의치 않아 2년 전 어린 딸을 이웃사촌에 입양시켰다. 친모의 친구에 따르면 잠시만 맡기려 했지만, 아이가 친모보다 양부모를 더 잘 따르는 것을 보고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입양을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

축제장에서 실종됐다던 딸을 직접 찾기 위해 인천으로 향하던 고속버스 안에서 딸의 사망기사를 접한 친모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아이를 학대한 양부모는 사건 당일에도 아이가 평소 식탐이 많고 말을 잘 듣지 않아 벌을 준다며, 아이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17시간 동안 방치해 다음 날 숨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가 숨진 후에는 학대했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시신을 훼손했다고 말하기도 해 공분을 샀다. 학대한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웠다는 이들이 어떻게 시신을 훼손할 생각을 했을까.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음에도 이들은 태연하게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실종신고까지 한다. 인천 소래포구 축제장에서 딸이 실종됐다는 이들의 거짓말은 CCTV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새빨간 거짓말로 밝혀졌다.

아동학대로 숨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은 두 번 분노한다. 사건 자체의 흉악함에 한 번, 가해자들의 처벌수위를 보면서 또 한 번. 이번 사건 또한 살인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다만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만 적용된 상태다. 살인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다만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살인죄가 인정되려면 사람을 죽이려는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치사죄는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 적용되는 것으로 고의성 입증여부에 상관없이 아동학대 행위와 아동 사망 간 인과관계만 입증되면 된다. 하지만 살인죄와 아동학대치사죄의 경우 실제 법원이 선고하는 형량은 차이가 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일반적 동기에 의한 살인 범죄의 경우 기본 양형 기준은 징역 10~16년인 반면 아동학대치사죄는 기본 양형 기준이 징역 4~7년, 최대 9년이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사건을 고의적인 살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에 다수의 국민은 분통을 터뜨린다. 아이를 성인이 감당하기도 힘든 상태의 물리적인 힘을 가해 고통을 주고, 방치하고, 이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 어떻게 고의적인 살인이 아닐 수 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해자들이 저지른 행위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는 것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비슷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이유도 죄에 비해 벌이 가볍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번 사건의 경우, 직접적인 가해자들뿐 아니라 친모에게도 동정보다는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친모의 환경과 여건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아이를 낳았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지 아이가 양부모를 더 잘 따른다고 보낸다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친모와 입양아를 학대하고 사체까지 훼손한 양부모, 그들을 도운 동거녀까지. 이번 6살 어린이 사망 사건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아동학대사건과 인륜도, 천륜도 땅에 떨어져버린 안타까운 현실을 또한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부모와 자식 간, 스승과 제자 간의 예절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조차도 틀어져버린 사회. 소통과 이해의 부족이 가져온 결과이자, 경쟁사회가 부추긴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불러온 참사가 아닌가 한다.

이제라도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 공존의 미덕을 아는 사회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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