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 전부터 논란이 돼온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를 하루아침에 변혁시키고 문화를 바꾸는 계기로서 비단 법적용을 받는 공직사회, 언론, 사립학교 교직원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에게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유달리 정(情) 문화가 정착돼온 우리 사회에서 사인 간 주고받는 선물이나 축의금이 행여 위법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언론 등에서 비중 있게 다룬 관계로 법 적용을 받는 당사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어 위법한 사례는 노출되지 않고 있다. 시행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초기이긴 하지만 공직사회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국민들이 쉽게 감지할 수 있는 바 그것은 조직 내 깊숙이 자리 잡았던 회식문화, 접대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현상이다. 관가에서는 값비싼 요릿집보다 대중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룹별로 지급되는 음식 값에서 각자가 내는 더치페이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끼리끼리 주고받는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이나 상부상조 차원에서 이뤄지는 축의금·부조금은 미풍양속이라 하겠지만 정도를 넘는 과다한 접대문화로 이어지고 있는 게 문제였고, 특히 공공기관과 기업 간 비정상적 거래관계가 형성되는 폐단을 낳기도 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한 실제 사례에서 작년 한 해에 국내 기업체 59만 1684곳이 접대비 명목으로 9조 9685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바,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서만 1조 1418억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비밀리에 스스럼없이 진행돼온 그런 잘못된 관행들이 부정부패를 유발하고,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준법 시스템을 가로막는 암초로 등장했던 것은 익히 아는 바다.

김영란법은 제정과 시행되기 전에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국민의 합의 속에 태어난 법이다.  그렇더라도 이 법 시행으로 인해 뜻하지 않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회계층들도 있을 터, 농·축산·어민이나 소상공인들이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거나 서민들이 봉착하는 경제적 취약성 등 문제점은 조기에 보완·개선돼야 한다. 어쨌든 부정부패가 없는 맑고 깨끗한 한국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의 김영란법은 시행 초기를 맞아 진통을 앓고 있지만 국민합의로 새문화가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은 정의사회가 구현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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