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쇼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왼쪽). 롯데백화점 본점 9층은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거리고 있다(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백화점 행사장 ‘북적북적’
‘만족 vs 실망’ 반응 엇갈려
일반 매장 10% 할인 그쳐

전통시장, 평소와 다름없어
행사 내용도 모르는 상인들
“그런 행사 처음 들어봐”

[천지일보=서효심 기자] “TV와 인터넷에서 할인 품목도 많고 할인율도 크다기에 궁금해서 와봤어요. 이른 시간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나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20분.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가 열리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입구는 200여명의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총 250여개의 브랜드를 최대 80%까지 싸게 살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백화점 행사장 ‘인산인해’

오픈을 기다리던 박지영씨는 “지난해는 소리만 요란하고 살만한 게 없었는데,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처럼 파격적인 가격 할인은 아니더라도 싼값에 좋은 물건을 사고 싶다”고 전했다.

시계가 10시 30분을 가리키자 백화점 문이 열렸고 수많은 사람이 밀물처럼 매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들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1층 명품·화장품 매장을 빠르게 지나쳐서 ‘반값 상품전’, ‘노마진 상품전’ 등이 열리는 9층 행사장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9층 행사장에서는 최대 80% 할인전을 펼치며 고객 시선 끌기에 나섰다. 할인 폭이 큰 의류·핸드백 코너 등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고,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좋은 물건을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도 벌어졌다.

이날 고객들의 반응은 대부분 만족한다는 의견을 나타냈지만, 일부는 실망감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다.

여성 핸드백을 구매한 한 고객은 “원하던 제품을 절반 가격에 살 수 있어 좋았다”며 “지난해와는 다르게 확실히 좋은 제품을 많이 풀어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의류를 살펴보던 고객은 “평소 세일하던 기간하고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하겠다. 이월상품도 있고 9층 외에는 할인 품목도 제한된 거 같다”며 불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

9층이 아닌 다른 층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부분 매장이 10~20% 내외로 할인을 하며 행사 구색을 맞추고 있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이날 오전부터 할인 쇼핑의 기대를 갖고 온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쇼핑객들은 ‘아웃도어 대전’ 등 이벤트 행사 코너에 집중적으로 몰려있었고, 그 외 일반 매장은 다소 한산했다.

남성 아웃도어 매장에서 만난 여성 고객은 “남편 생일이라 광고에서 할인이 크다고 해서 왔는데 평소 세일 기간과 별반 다르지 않아 조금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산한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통시장, 평소와 다름없어

오전부터 북적거리던 백화점과 달리 전통시장은 평소 평일과 다름없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백화점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알리는 현수막과 배너를 곳곳에 배치했지만, 전통시장에서는 문구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후 2시에 방문한 광장시장 상인들은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그런 행사는 처음 들어본다”며 “시장에서 누구 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같은 장소에서 이불가게를 하는 상인은 “TV에서 한다는 소리는 들은 거 같은데 우리 가게와는 상관없는 거 같다. 그런 것을 해도 큰 변화는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광장시장은 행사 첫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직접 와서 분위기를 챙겼지만, 이곳 상인들뿐만 아니라 관광안내소 관계자도 유 부총리가 하루 전에 방문했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관광안내소 한 관계자는 “TV에서 전통시장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어디에서 누가 하는지 구체적으로 지시받은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유커들이 많이 방문하는 남대문시장 역시 상인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행사를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마진이 워낙 낮아서 특별히 추가 세일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20년을 넘게 장사했다는 옷가게 주인은 “그런 행사를 해도 상인들은 실질적으로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며 “노점상과 대립으로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남대문시장은 현재 ‘노점실명제’를 두고 남대문시장상인회와 전국노점상연합회 간 마찰로 행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혼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다는 김미정(29)씨는 “광고에서 전통시장도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한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안내판도 없고 상인들도 별 의식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백화점은 몰라도 전통시장은 이번 행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전통시장도 오는 31일까지 행사를 진행하지만, 별도로 상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이나 홍보를 하지 않는다”며 “중소기업청은 행사 전체만 홍보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전통시장 사업단 측에서 기획해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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