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민우회가 지하철 성형외과 광고 등에 ‘안 웃겨요’ ‘고조선이야, 뭐야~’ ‘외모 얘기, 그만 좀!’이라고 쓰인 부착메모지를 붙여 성 차별적 문구와 불편한 농담에 대해 비판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출처: 한국여성민우회)

성 차별 등을 지적하는 문구로
부착메모지 제작해 사회에 ‘경종’

“평소에 훈련·연습 안 되면
불편한 농담에 의사표현 못해”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맞벌이 울 엄마는 어디쯤 오는 걸까. 빨래줄 고까옷은 목을 빼어 기다리고…’ ‘고조선이야, 뭐야~’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게시된 엄마 생각이라는 시에 한국여성민우회(여성민우회) 활동가들이 성 차별적 시선을 비판하는 내용의 부착메모지를 부착했다.

성 차별적인 발언과 문구 등에 대해 여성단체가 적극적인 비판 행동에 나섰다. 여성민우회는 지난 8월 성 차별과 성 소수자 혐오 등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착메모지 액션을 시작했다.

부착메모지 액션은 성 차별을 조장하는 불편한 농담에 정색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게 평소에 훈련이 되지 않고 연습이 안 되면 어렵다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쉽게 행동으로 실천해보자’는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부착메모지의 문구는 차별과 혐오, 불편한 농담을 직접 지적할 수 있는 문구(‘안 웃겨요’ ‘고조선이야, 뭐야~’ ‘외모 얘기, 그만 좀!’ ‘반말 하지마세요’)와 용기를 내서 부당한 상황에 맞선 인물에게 전달하는 응원의 메시지(‘당신은 행동하는 첫 사람! 저도 두 번째 사람이 될게요’)로 구성됐다.

‘신봉선을 아이유로 만들어주는 통기타 레슨’이라는 광고 문구엔 ‘안 웃겨요’라는 문구가 적힌 부착메모지가 붙었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 전면의 성형외과 광고는 ‘외모 얘기 그만 좀!’이라는 문구가 적힌 부착메모지로 가려졌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라는 문구의 아버지학교 홍보 플래카드에도 ‘고조선이야, 뭐야~’라는 부착메모지가 부여됐다.

선착순 500명에게 배부할 예정으로 시작한 부착메모지 액션은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2000부 이상 배부됐다. 페이스북 아이디 정은영씨는 “숨통을 트여준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 외에도 “통쾌합니다” “사랑스러운 부착메모지네요” “부착메모지 나도 붙이고 다닐 거야” 등의 댓글이 주를 이었다.

직접 부착메모지 액션에 나선 네티즌들은 여성민우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후기 등을 남기며 활발한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갔다. 여성민우회 회원 닉네임 김자깡씨는 친구들과 함께 부착메모지 액션을 진행한 사진을 여성민우회에 발송하며 “괜히 무섭기도 했지만, 용감하게 즐겁게 돌아다녔다”는 후기를 남겼다.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입간판의 홍보 문구에 성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경우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기도 했다. 입간판의 홍보 문구에는 ‘아가씨로 승부합니다’라는 낮 뜨거운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음식점에 게시된 ‘여자친구 삭발시켜서 오면 80% 할인’이라는 문구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반면 부착메모지 액션의 대상이 된 문구에 ‘저것도 성 차별적 문구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페이스북 아이디 Yoon-a Seo씨는 “교회 아버지학교의 경우 (부착메모지 액션의 의도와) 좀 벗어난 것 같다”며 “아버지학교는 가부장적인 아빠를 옹호하는 곳이 아니고 오히려 가정 안에서 아버지가 ‘돈 버는 기계’가 아닌 가족들과 인격적으로 교제하는 인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배우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여성민우회는 “사진을 찍을 때 아버지학교 자체에 대한 취지나 본질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라며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전제 때문에 오히려 그 교육의 본질이 가려지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 한 명이 살아야 그 가족이 산다는 가치가 가부장적 가치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김나현 여성민우회 활동가는 “기획 과정에서 이 부착메모지가 답답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시원하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반응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캠페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캠페인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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