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복귀 문제를 놓고 표류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마저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어디까지 갈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국정감사 복귀를 언급하고 있지만 정말 그럴지는 알 수 없다. 이 대표는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또한 알 수 없다. 말 그대로만 본다면 정 의장이 끝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이 대표는 죽음도 각오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아무튼 20대국회 첫 국정감사 정국은 이렇게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이정현의 리더십, 뭘 노리나 
이정현 대표의 강한 의지만큼은 폄하하고 싶지 않다. 단식에 들어가면서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말은 쉽게 나온 성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대표의 정치역정도 그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화려한 수사로 장식된 그런 언행과는 거리가 멀다. 옳다면 결심하고 결심하면 실행에 옮기는 그런 질박한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의 단식투쟁에 더 관심이 쏠린다. 정말 이러다가 있어서는 안 될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심지어 이 대표 스스로 ‘쇼’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런 강한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번 단식투쟁을 통해 드러난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집권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는 일은 우리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파격이 아니라 과격이다. 그리고 국정감사에 임하라는 이 대표의 결단마저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에 의해 거부되고 말았다. 대표의 영조차 서지 않는 정말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더욱이 집권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 하는 사태는 또 어떻게 설명하려는 것일까. 이것을 정치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어느 시대든 정치 리더십은 그 시대를 읽는 통찰력, 국민 다수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감력 그리고 문제를 풀어 낼 수 있는 설득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 밖의 조건들은 가변적인 것이며 부차적인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는 지금 우리 시대의 코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집권당 대표가 단식투쟁을 해서 뭔가를 얻어 내겠다는 그런 인식이라면 30여년 전의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있을까. 격려보다는 냉소와 비웃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 것인가. 그리고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쟁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그것이 전략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문제를 푸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단식투쟁에 동참하는 것을 보면 결국 ‘국정감사 무력화’와 대치 정국의 ‘판’을 키워 보겠다는 ‘정략’이 앞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실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기에 그 후에는 치명적인 역풍으로 몰아 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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