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 박사/청운대 교수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경북 경주 남남서쪽 8.2㎞ 지역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오후 8시 32분 경주 남남서쪽 8.7㎞ 지역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다. 처음 두 차례의 지진에 경주를 비롯한 인근 지역은 한순간에 폭탄을 맞은 듯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9.12본진(本震)의 여진(餘震)은 19일 4.5지진에 이어 계속적으로 이미 400여회가 넘게 진행 중이다. 심지어 경주 지진이 전진(前震)이며, 7.0규모의 더 큰 지진이 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회적인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는 강진에 대비한 건물의 내진설계가 10% 수준도 안 되는 상황에서 드러난 이번 피해는 천재지변을 관리하는 국가기관의 대처수준의 저급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접속장애를 일으키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와 뒷북치는 긴급재난문자 송달과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지역의 재난구호기관의 행태 등은 한마디로 ‘지진무방비’라는 국가적 치부(恥部)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경주 지진 발생은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지하수가 지진발생 1~2일 전에 예고현상이 있었고, 관측자료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9월 23일까지의 지하수위 변동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진이 발생하는 시점인 11일부터 특히 12일 규모 5.1과 5.8지진 발생 직전에 수위가 크게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만일 지진당국이 지하수 관측을 통한 한반도의 지진예측을 국민안전처의 경보시스템과 연동했다면 조기 지진전파가 가능하여 국민의 혼란이 작았을 것이다.

경주 지진의 여러 가지 자료를 분석하면 최소 24시간 전에 지진을 예측하여 국민들에게 대피와 대비를 소개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의 지진방재에 대한 평소 무사안일하고 한심한 행정실태가 다 드러난 것이다. 천재(天災)를 인재(人災)로 키우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는가?

이것이 북한의 기습공격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전쟁에 대한 사뭇 우려의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주 지진을 겪으면서 지진과 전쟁의 유사한 점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첫째, 예측이 불가하고 기습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주 지진은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 속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저녁시간에 기습적으로 발생했다. 전쟁의 시작이 적들이 예상 못한 시간과 장소로 공격을 하는 것이다. 기습을 당한 후에 준비가 덜 되었니 안 되었니 갑론을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평소에 지진을 대비해야 하듯이 전쟁도 준비한 나라가 승리한다는 것은 전쟁사의 교훈이다. 당장 이 순간이라도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철저한 유비무환의 대비가 있어야 한다.

둘째,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자비한 대량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주 지진이 특정장소와 시설을 선택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듯 개전 초 전쟁양상은 무차별 공격준비사격부터 이루어진다. 군인과 민간인이 구분 없이 심각한 사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극심한 혼란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초기 전쟁지휘의 실기(失機)를 하기도 한다. 전쟁의 시작은 처음 공황상태를 얼마나 조기에 극복하고 정상적인 전쟁전환을 할 수 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따라서 경주 지진에서 본 바와 같이 평소에 준비 안 된 상황에서는 어떤 정부도, 국민도 속수무책 심각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국가안보도 지진을 대비하여 내진설계된 건물을 짓듯이 기습적인 전쟁발발을 대비하여 ‘백년양병(百年養兵), 일일용병(一日用兵)’의 자세로 대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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