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가을입니다

안영희

신호대기에서
문득 올려다본 하늘색
아아 파아랗습니다

오이지 짓눌렀던 그 오래인 맷돌짝
무릎 아래
저리 순하게 흩어놓다니요

흔들어, 흐은들어 머리 얼마나 헹구었었는지
잔잔히 추억 쪽으로 흘러가네요
하아얀 새털구름 떼

웬일인지 목이 메여옵니다 

 

[시평] 

지난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평균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이틀 이상 연속이 되는, 그런 날씨를 기상청에서는 폭염주의보를 내린다고 한다고 한다. 또 35도가 넘으면 폭염경보로 바뀐다. 그러나 지난여름은 그런 날들이 거의 열흘 이상을 계속되어, 마치 이 무더운 여름이 결코 물러나지 않을 듯, 사람들은 은근한 걱정을 하기도 했다.

계절은,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이다. 8월이 지나고 9월에 들어서니, 아침저녁으로 날들이 선선해지고, 창문을 열어놓고 잠을 자기가 어려울 정도로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그리고, 그리고 하늘이 우리들 알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파랗게, 투명한 파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가을의 문턱에서, 이런 투명한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문득 잊었던 추억 하나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다. 그리곤 이내 그 추억으로 인하여 알 수 없이 밀려오는 슬픔. 목이 메여오기도 한다. 

한여름의 그 무더위에의 기억 모두 지워버리게 하는, 가을의 맑고 투명한 파란 하늘. 그 명징한 여백에는 잊었던 추억 하나 숨어 있었구나. 잔잔히 흐르는 하늘가 새털구름 마냥, 그렇게 숨어 지난여름 우리의 고단했던 삶, 모두 모두 씻어내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우리의 발길 돌리게 하는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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