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유관순 열사 추모비. ⓒ천지일보(뉴스천지)

열사 순국 직후 용산구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
일제, 군사기지 건설한다며 파헤쳐 시신 못찾아
용산구, 역사 고증 통해 지난해 9월 추모비 건립
유관순길 명명, 열사 고향 흙·소나무로 기념식수
4개국어 자동안내시스템 설치해 열사의 삶 알려
오는 30일까지 용산아트홀에서 추모예술전 개최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용산구가 28일 오후 3시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순국 96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용산 역사 바로 세우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추모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행사에는 성장현 용산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 박길준 용산구의회 의장과 의원,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청장, 이종래 유관순열사추모비건립추진위원장, 유관순 열사의 조카며느리인 김정애 유관순열사유족장학회장과 유족대표, 지역 각 기관·단체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탤런트 견미리도 용산명예구청장 자격으로 추모제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는 내빈 추모사, 키오스크(자동안내시스템) 시연, 헌화·분향, 추모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추념사에서 “열사가 순국하고 당시 일본 헌병이 시신을 내주지 않자 이화학당 교장과 학생들이 항의해 순국 17일이 지나 이태원공동묘지에 열사를 안장했다”며 “그런데 일제가 군사기지를 건설한다는 미명 하에 묘지를 파헤쳐 지금은 열사의 시신조차 찾을 수 없다. 용산구는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지난해 이곳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 열사의 추모비를 세웠다”고 추모비 건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열사는 애국에 앞장 선 민초들의 상징이자 살아있는 역사다. 열사가 없었다면, 순국선열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도 없다. 열사는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라고 유언했다”며 “열사의 그 슬픔은 지금 살아가는 우리를 통해 희망이 돼야 한다. 그 희망을 지키기 위해 용산은 밑거름이 될 것이고 열사의 애국정신을 잇는 충혼의 도시로서 가치를 드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유관순 열사의 추모비가 있는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 앞 도로를 ‘유관순길’이라 명예도로명을 부여했으며 지난 4월 식목일에는 열사의 고향인 천안 병천면에서 소나무 한그루와 생가터의 흙을 가져와 추모비 옆에 기념식수를 했다.

▲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청장은 추모사에서 “열사는 고귀한 희생으로 독립운동 역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발자취를 남겼다. 아우내장터에서 울려 퍼진 수천의 만세소리도 열사로부터 시작됐다”며 “열사는 가족의 안위, 학도로서의 꿈, 소중한 생명까지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했다. 독립만세를 외치던 그 순간만큼은 연약한 소녀가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애국투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차디찬 형무소에서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민족혼을 지키기 위해 의연함을 잃지 않았던 열사의 정신을 볻받아 보훈처에서도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고 온 국민이 나라사랑과 호국정신으로 하나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용산구는 이태원과 역사공원을 방문하는 내·외국인들에게 열사의 뜻을 알리고자 한·영·중·일 4개국어로 제공되는 자동안내시스템을 설치해 이날 공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추모비 건립취지, 열사의 출생과 학창시절, 독립운동, 옥중투쟁과 순국, 추모비 둘러보기 등에 안내받을 수 있다.

▲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박길준 용산구의회 의장이 유관순 열사 추모비에 분향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내빈들이 유관순 열사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정민 대한민국공공미술협회장, 이종래 유관순열사추모비건립추진위원장, 최장칠 용산미술협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헌화와 분향에 이어 추모공연이 펼쳐졌다. ▲선아무용단의 창작무용 ‘그날의 기억’ ▲국악인 양슬기씨의 ‘한오백년’ ▲용산구립소년소녀합창단과 모스틀리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유관순 열사 추모곡 합창이 이어졌다. 특히 양슬기씨는 열사의 유언과 기미년 상황을 가사에 담아 열사의 높은 뜻과 희생을 노래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종래 유관순열사추모비건립추진위원장은 “유관순 열사는 3.1운동 후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인 천안으로 내려가 17일 동안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4월 1일 장날에 만세운동을 하자’고 주민들을 설득하고 모았다. 그리고 아우내장터에서 3000여명이 모여 만세운동을 벌였다”며 “그 현장에서 열사의 부모님은 목숨을 잃었고 열사도 체포됐다. 많은 이들이 죽다 보니 사람들이 만세운동을 주도한 열사를 원망했고 열사의 동생들은 고향에서 살 수 없어 쫓겨나듯 타지로 나가 어렵게 살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유관순 열사와 가족들의 삶을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월 서대문형무소에 갔다가 유관순 열사가 이태원공동묘지에 안장됐다는 사실과 일제에 의해 그 묘지마저 훼손돼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며 “성장현 구청장을 만나 ‘용산에 유관순 열사 추모비를 세웠으면 한다’는 제안을 했다. 성장현 구청장이 이후 문헌을 통해 유관순 열사의 묘소가 용산 이태원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추모비가 건립될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이종래 유관순열사추모비건립추진위원장이 만세 선창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 위원장은 또한 “효창공원에도 김구 선생 묘역을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를 모신 삼의사묘역 ▲이동녕·차이석·조성환 임시정부 인사들이 모셔진 임정요인 묘역 ▲이동녕·김구·조성환·차이석 선생과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 7인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의열사 등이 있다”며 “현재 효창공원 내 묘역과 의열사에 대한 정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 후손들이 이곳을 꼭 찾아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알과 우리 역사에 대해 알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종래 위원장은 이봉창열사생가복원추진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효창공원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항일독립운동 인사들에 대해 설명하는 역사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

한편 용산구는 오는 30일까지 용산아트홀 전시장에서 유관순 열사 추모예술전도 개최한다. 이번 추모전에는 용산미술협회, 용산서예협회, 대한민국공공미술협회 소속 작가들이 참했으며 열사의 발자취와 어록, 그리고 열사가 희망하는 자유와 평화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 160점을 전시한다. 또한 지난 광복절에 효창공원에서 열렸던 한·중 청소년 평화사생대회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국악인 양슬기씨가 ‘한오백년’을 부르며 추모공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선아무용단이 추모공연을 펼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28일 오후 용산구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96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용산구립소년소녀합창단이 추모노래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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