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안산시 상록구 사동 90블록 복합개발단지의 조감도.  

11년 방치된 부지 매각 후 시민회와 갈등격화
안산시민회 “평당 1500만원짜리 반값에 넘겨”
안산시 “정식감정 받은 금액, 주변보다 비싸”

[천지일보 안산=정인식 기자] 11년간이나 방치됐던 토지 매각으로 인구유입과 매년 200억원 이상의 세수를 기대했던 ‘안산시 사동 90블록 개발사업’이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사동 90블록 부지 헐값매각’을 이유로 ‘사동 90블록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안산시민회와 안산시(시장 제종길)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6월 안산시는 11년 전 챔프카 사업(자동차 경주장) 부도로 방치됐던 사동 90블록 총 36만 9835.7㎡(약 11만평) 부지 개발을 위해 ‘사동90블록피에프브이주식회사’와 8012억원에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시 시공사인 GS건설㈜ 김규화 상무이사와 주간사인 ㈜동훈의 김남연 명진건설산업 대표이사도 배석했다.

사동 90블록 개발사업은 총 사업비 3조 7000억원이 투입되는 미니 신도시급 개발사업으로 공동주택 6600세대, 오피스텔, R&D연구복합시설, 호텔, 공공·문화시설, 스마트팩토리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안산시는 해당 사업을 통해 인구유입과 연간 200억원의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안산시민회(시민회, 대표 이병걸)가 해당 부지의 헐값 매각을 주장하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어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시민회는 28일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사동 그랑시티자이 모델하우스 오픈에 맞춰 ‘사동 90블록 특혜의혹 해명 촉구’ 대규모 집회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값 매각” vs “터무니없는 주장”

시민회는 “안산시가 1조 6000억원가량 받을 수 있는 해당 부지를 절반가격인 8012억원에 매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병걸 안산시민회 대표는 “현재 고잔동 등 2000세대 미만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000만원선”이라면서 “90블록은 총면적 11만 1875평에 60층 초고층으로 총 6600세대의 대단지가 들어설 수 있는 상업지구라 족히 평당 1500만원은 받을 수 있음에도 시는 평당 약 716만원인 8012억원에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시 관계자는 “사동 90블록은 학교용지와 도로 등을 빼면 평당 약 1000만원 정도 받은 셈”이라며 “주변부지 중 현재 평당 1000만원을 받은 곳은 없다. 학교용지와 도로 등을 감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체 금액으로 평당 716만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한 “8012억원이란 금액은 2곳의 감정사가 감정한 금액의 산술평균”이라며 “사동 90블록은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구도심과는 환경이 다르고 주위는 현재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인데 평당 1500만원이라는 주장은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에 따르면 이 지역은 주거지역과 연구시설 등 복합용지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고려해 과다한 상업시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최고높이 128m에 건폐율 51.21%, 용적률 308.19%로 최고층수는 49층으로 제한됐다. 때문에 60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다는 시민회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시는 또한 “이곳은 공동주택용도로 결정돼 있는데 1조원 넘게 땅을 사서 그곳에 아파트를 지을 기업이 있겠느냐”며 “또 땅값이 오르면 당연히 분양가도 올라가는데 여기가 강남도 아니고 평당 2000만원 넘는 돈을 주고 입주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금 200억 GS건설 낙찰은 특혜”

시민회는 ‘GS건설 특혜의혹’도 제기 중이다. 이 대표는 “GS건설이 다른 기업들보다 훨씬 적은 지분 16%(자본금 200억원으로)로 8012억원에 이르는 사업의 시공사가 됐다”며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산시는 “이는 GS건설컨소시엄의 내부적 사안”이라며 “사업의 전체 총괄 기업은 49%의 지분을 가진 ㈜동훈이며 GS건설은 건설사로 참여했기에 지분율 얼마로 최종 시공사가 됐는지는 시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시민회는 사동 90블록 개발사업 실시협약의 공동투자자로 재차 들어온 ㈜동훈에 대해서도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회 관계자는 “GS건설컨소시엄 구성원에 여전히 포함돼 있는 ㈜동훈은 해당 사업과 관련한 뇌물공여로 실형을 받은 김점동 회장이 이끄는 곳”이라며 “이는 범법을 저지른 법인은 10년 이내에 동일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형법의 규정을 어긴 것이기에 백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2012년 김 회장은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상록구 사동 90블록 복합개발 사업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안산시 관계자는 “기업대표의 개인적 비리로 결론이 난 판결을 두고 법인의 비리로 확대해석하는 건 무리한 결부이고 억지”라며 “이는 사업방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시민회가 사법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해 조사를 받았지만 아직 어떤 혐의도 나타난 것이 없다”며 “우선사업자공모 선정은 유효해 계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민회는 지난 4월에 개발사업과 관련해 감사원에 탄원을 제출했다. 감사원은 감사 후 지난달 26일 시에 처분을 요구할 사항이 없다며 시민회의 민원을 기각했다. 시민회는 지난 6월에도 ㈜동훈에 대한 특혜의혹으로 수사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안산시 관련 공무원들이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두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그간 개발사업이 중단됐던 안산시 상록구 사동 90블록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인구유입은커녕 재건축시장도 위축될 것”

끊이지 않는 갈등에도 시가 해당 사업을 추진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안산시로의 인구유입 정책과 신안산선 유치, 부족한 세수 확보 때문이다. 76만이던 안산시 인구는 현재 69만까지 줄어든 데다 약 10년간 신규 아파트분양이 거의 없었기에 취·등록세로 나오는 세수가 줄어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신안산선 유치는 사동 89·90블록 개발로 인구가 늘어날 것이 반영된 결과였기 때문에 더 이상 개발을 늦출 수가 없었다는 것.

시는 오는 2030년까지 총 5만 4500세대(인구 14만 1000명)를 늘린다는 목표다. 이 중 신규 분양으로만 2만 5700세대(인구 6만 6000명)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회는 현재도 미분양 물량이 존재한다며 시의 정책을 질타했다. 시민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안산 분양물량은 1만 4760세대에 불과하지만 아직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내 시행되는 재건축 사업 예정지역은 초지1지구, 초지연립상, 원곡연립3과 군자 주공6단지 등 4곳에 달한다. 여기에 9월 말 분양을 준비하는 사동 90블록의 오피스텔 포함 전체 7628세대의 신규 물량이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시민회 관계자는 “재건축 지역 일반 분양가는 평당 1300~1450만원인 반면 사동 90블록 그랑시티자이는 분양가가 1200~1250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그렇다면 누가 재건축 분양에 참여하겠느냐”고 비난했다. 또한 “수요와 공급을 통계화해서 고려한 물량증가가 아니면 결국 안산시 모든 재건축에 타격이 올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90블록 개발과 분양을 늦췄어야 함에도 ‘인구정책’을 앞세워 사업을 추진해 안산시민을 위협하는 정책이 됐다”고 주장했다.

안산시 관계자는 “재건축의 주 평형은 25평이고 90블록 그랑시티자이는 34평이 주 평형”이라며 “90블록 25평은 전체 7%에 불과해 재건축과 맞물리는 물량이 그리 많지 않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분양관계자들 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재건축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2003년부터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시민회 주장대로라면 재건축이 끝나는 2020년까지 기다렸다가 90블록 사업을 추진하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규분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에 따르면 안산시는 계획도시였기에 대부분 아파트가 10년 이상, 주택들도 30년 정도 된 경우가 많아 아파트 신규 물량 부족으로 시흥 배곧신도시와 화성 송산으로 4만명 가량 인구유출이 발생했다.

시는 “90블록이 호텔, 스마트팩토리 등 첨단 연구단지가 복합적으로 유치되는 하나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되면 안산의 이미지가 높아져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며 “신안산선 유치로 89블록까지 개발되면 30분대에 여의도까지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가 돼 더 많은 인구가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뿐 아니라 사동 90블록 개발은 시의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해서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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