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반도 발생 지진 가운데 최대 강진으로 나타난 5.8 규모의 경주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430회나 되는 여진으로 인해 경주시민들이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관광지역 경주를 찾는 여행객이 줄고 예약된 학생들의 수학여행마저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 경주시민들이 애로를 겪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경주지역을 재난특별지역으로 선포해 물적 피해 일부를 보상하고 있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보상할 수 없는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나 공포감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비단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지진을 느꼈던 인근의 대구, 울산, 부산지역 시민이나 보도를 통해 그 전말을 안 일반국민까지 이번 지진사태에 대응한 정부당국의 수습 능력을 보면서 또 한번 실망감을 금치 못했던 터다. 특히 대피 요령에 대한 안내 없이 지진발생 사후 통지와 같은 대응책으로서는 국민 심리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던바, 지진발생 시 즉각 대처할 국민행동요령 같은 매뉴얼은 그 이후에도 보급되거나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 지진 재해가 흔하지 않다보니 즉각 대응력은 현실감이 떨어지겠지만 이 경우 일본 지진대응 사례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26일 오후 2시 20분께 일본에서 발생된 지진과 방송사례는 좋은 교훈이다. 가고시마(鹿兒島)현 아마미(奄美) 군도 남부에서 발생된 규모 5.7의 지진 당시에 임시 국회 개원일을 맞아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국회에서 연설을 했고, 이를 NHK 방송이 중계했다. 지진이 나자 1분도 안돼 방송에 ‘긴급 지진 속보’가 나오고 잠시 후 아베 총리의 연설 중계를 중단하고 지진 속보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NHK는 방송에서는 지진 발생 수분이 지난 후 “지진 발생지를 기준으로 규모가 5.7이며 쓰나미 우려가 없다”고 공표했으며, 지진의 파급력이 크지 않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후에야 지진 속보 방송을 종료했다.

이같이 상시적으로 지진이 발생되는 일본에서는 NHK 등 주요 방송국이 기상청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하기 위한 지진 방송 태세를 잘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체계는 마찬가지겠지만 지난 12일 경주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국의 주요 방송사가 드라마나 교양프로그램을 방영한 것은 우리의 재난 대책 수준을 짚어주는 현주소다. 정부에서는 지진 단층 분석과 종합대책 마련, 국민대피요령 등 홍보에 만전을 기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한편, 유사시에 귀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안전한국의 기틀을 더욱 튼튼히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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