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학기 수학익힘책 현장검토본 문항 중 저조한 정답률을 낸 문제들. (제공: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현장검토본 난이도 테스트
3학년 623명 평균 29.7점
“요구하는 사고 수준 높아”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가정학습을 돕는 1∼2학년용 ‘수학익힘책’이 지나치게 어렵게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단체가 1·2학년용 수학익힘책에서 어려운 문항을 뽑아 3학년 학생들에게 테스트를 했더니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30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26일 “초등 1·2학년 개정 수학교과서 익힘책 현장검토본에서 별도로 표시한 어려운 문항 중 20개를 추출해 3학년 학생들에게 난이도 검증을 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29.7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실과 함께 초등학교 네 곳의 3학년 학생 623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 초등 1·2학년용 개정 수학익힘책 현장검토본의 난이도 테스트를 진행했다. 검증을 위해 만든 평가지는 1·2학년 개정 수학익힘책 현장검토본에서 어려운 문항이라고 별도로 표시한 문제 중 1학년에서 4문제와 2학년에서 16문제를 추출해 총 20개 문항으로 구성했다.

수학익힘책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교과서와 별도로 제작하는 일종의 보조교재다. 현장검토본은 완성본이 나오기 전에 교육현장의 의견 수렴을 위해 제작하는 시안 형태의 교과서를 뜻한다.

사교육걱정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1학년 수학익힘책 현장검토본에서 뽑은 4개 문항의 평균 정답률은 40%로 절반도 안됐고, 2학년 수학익힘책에서 뽑은 16개 문항의 평균 정답율은 27%에 그쳤다.

문항별로 살펴보면 1학년 4개 문항에서 2번과 3번 문제의 정답률이 각각 15.8%, 19.6%로 10%에 머물렀다. 3학년 학생들이 1학년 문제인 2번과 3번을 거의 풀지 못했다는 의미다. 2학년 16개 문제 중 한 문제(11번)을 제외하고 정답률이 모두 50% 미만이고, 정답률이 20% 미만인 문제가 총 8개로 절반을 차지했다.

14번 문제는 정답률이 5.14%로 가장 낮은 정답률을 보였다. 다음으로는 12번과 17번 문제로 각각 10.6%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특히 위 3문제는 두 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에 관한 문제로 평가 시험을 친 학생들이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저조한 결과가 나온 것은 문제에서 요구하는 사고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사교육걱정의 지적이다.

다음으로 저조한 정답률을 기록한 문제는 8번 도형 문제로 15.8%의 정답률을 보였다. 3학년 1학기에 ‘여러 가지 도형’이라는 단원에서 도형을 1·2학년 때보다 더 심도 있게 다루지만, 2학년 1학기의 ‘여러 가지 도형’ 단원에서 나온 수학익힘책의 문제인 8번 문제의 정답률이 15.8%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이 문제가 3학년 1학기에 다시 한번 ‘여러가지 도형’을 배운 3학년 학생들에게도 어려운 문제였다는 의미다.

사교육걱정은 “수학익힘책은 학생 혼자 집에서 스스로 공부하는 교재이므로 학교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제시돼야 한다”며 “학생들이 집에서 혼자 문제를 풀 때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은 어렵고 난해한 수학 문제들이 나오면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수학은 어려운 과목이구나’하고 쉽게 좌절하고 자신이 수학을 못 하는 아이라고 쉽게 단정 지어버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잘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푸는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학부모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자기 자식을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결국 사교육 업체를 찾아가게 된다. 사교육을 유발하고 수포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난이도 높은 수학익힘책의 문제점을 하루 속히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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