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일보(뉴스천지)

김동희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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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은 ‘즐거운’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50대의 의뢰인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조그마한 시골마을의 대지에 어머니와 부부, 두 아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을 짓고 싶다며 우리를 찾아왔다.

청원 어느 작은 마을에 위치한 대지는 물 흐르듯 굽이치는 산의 능선 사이, 푸르고 노랗게 물드는 사계의 변화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대지를 둘러싼 모든 풍광을 담기 위해 라온재의 매스는 네 방향을 향해 돌출돼 있다. 반면, 모든 방향을 향해 목을 빼고 있지만 과도한 창으로 풍경을 담으려 하지 않았다. 이는 ‘기둥을 부여잡고 울 만한 어두운 구석이 있어야 한다’는 의뢰인의 집에 대한 생각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흰색 외벽을 따라 현관에 들어선 공간에는 흰 벽과 그 벽을 가로지르는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현관을 돌아 들어가면 손님의 방문이 잦은 어머니를 위한 방이 고요하게 위치하고 있다.

계단을 마주한 상태로 왼쪽으로는 깊은 주방이, 오른쪽으로는 환한 거실이 있고 그 외부로 주택만의 특권인 마당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긴 데크가 계획됐다.

거실 계단을 따라 반층을 올라가면 두 아들을 위한 두 개의 방과 작은 옥상이 있고 다시 반층을 돌아 올라가면 부부를 위한 침실과 욕실, 또 다른 옥상이 있다.

하나의 주택에 3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반층에 한 세대의 공간을 명쾌하게 담아내며 그 공간이 서로 방해받지 않지만 단절되지 않은, 모호한 관계를 가지게 했다.

라온재는 소박한 색들의 옷을 입었다. 무채색의 벽체들, 차분한 나무, 요란하지 않은 외관. 외부로는 느리게 가는 농촌 마을의 풍경을 해치지 않고, 내부로는 적절한 빛과 침묵의 공간이 존재하는 집의 모습이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완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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