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거제 고현로에 있는 고현종합수산시장이 23일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 거제=이선미 기자] “(콜레라 때문에) 전어 먹어도 돼요? 전어 어디서 잡아온 거예요?”

경남 거제시 고현로에서 ‘ㄷ’ 횟집을 운영하는 김명숙(50대 중반, 여)씨는 23일 오후 찾아온 손님이 이렇게 묻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제는 안심해도 될 법한데 콜레라 사태 한 달이 지난 이후에도 손님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다며 장사가 도무지 되질 않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앞서 거제시는 지역 콜레라 발생 한 달여 만인 지난 20일 콜레라 발생 상황 종료를 선언하고 ‘콜레라비상대책본부’를 해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제가 거제 토박이지만 거제에 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어제는 집주인에게 전화해 집세를 낮춰달라고 했다”면서 “이곳에서 8년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집세를 못 맞추겠다고 집주인에게 하소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 기자가 이날 직접 찾은 고현 종합시장은 썰렁했다. 가계 문을 열긴 했지만, 대부분 식당엔 손님의 발길이 끊긴 모습이었다. 팔리지 않은 생선만 숨을 헐떡이고 있을 뿐이었다.

활어를 파는 한 횟집 주인은 “회를 먹어도 돼요. TV에서도 방영되고 있다”며 “지금이 전어가 제일 맛있는 철이다. 전어가 살이 쪄서 가장 맛있을 때”라고 외쳤다. 그러나 누구 하나 눈길을 주는 이가 없었다. 지금 거제에 있는 횟집은 대부분 ‘임시휴업’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O’ 횟집 주인 양학조(50대 후반, 남)씨는 “이곳에서 21년간 장사를 해왔고 IMF 때도 끄떡없었는데 정부가 성급하게 콜레라를 발표하는 탓에 현재 최악의 상태”라며 “(거제가) 경기도 어려운데 이대로 두면 회복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양씨에 따르면, 횟집의 테이블 수가 20개로 콜레라 사태 이전엔 80~100명 정도로 예약이 넘쳤으며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손님이 20명도 채 안 된다고 한다.

현지 횟집 주인들은 “장사가 잘되느냐”고 묻는 기자에게도 쉽사리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다들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다.

양씨는 “콜레라 얘기가 나온 이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없다. 사람들이 ‘거제를 가면 안 된다’는 말까지 하고 있으니, 무슨 장사가 되겠냐”며 “질병관리본부에서 콜레라를 발표한 것도 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해산물을 파는 장모(36, 남)씨는 “1년 반 정도 거제에서 장사하고 있지만 콜레라 때문에 임시휴업인 횟집이 몇백 군데가 된다”며 “해산물이나 물고기는 생물이라서 빨리 팔지 못하면 죽는다. 이곳 시장에도 알게 모르게 가게를 내놓은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 김계수 거제 외식업지부 국장은 콜레라 관련 생선 횟집 피해 현황에 대해 지난 8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피해 산출액이 88억원이라고 밝혔다. 2015년도 제2기 부가가치세 매출 신고를 토대로 계산한 것이며, 업소의 규모,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는 날 수 있다. 신용카드 매출에 근거한 신고 금액만 산출한 것이므로, 실제 피해금액은 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제공: 거제 외식업지부) ⓒ천지일보(뉴스천지)

공정구(63) 고현 종합시장 상인회 회장은 “콜레라 이전 매출이 100%였다면 콜레라 이후 매출은 30% 이하”라며 “현재는 관광객이 들어와서 회를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지역민이 조개류를 사서 안주도 하고 된장찌개도 끓여 먹지만, 외부 사람은 전혀 회를 먹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거제에서는 관광객이 횟집을 찾지 않아 고기잡이배도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

공 회장은 “콜레라 이전에 배 10여척이 움직였다면 지금은 2척의 배도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생선을 먹지 않으니 시장 상인도 하늘만 쳐다보고 있고, 어부도 바다로 나가지 않는 꼴”이라고 했다.

김계수 거제 외식업지부 국장은 “지난 2015년 매출 기준으로 거제지역 450개 횟집 업소 매출은 80억~100억원이지만 콜레라 발생 이후 8월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피해 산출액이 80억”이라고 밝혔다.

거제 주민 김경숙(50대 중반, 여)씨는 “콜레라가 발생했다고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저는 이후에도 회무침을 매일 먹었다”며 “지금껏 아무런 이상이 없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현지 주민은 콜레라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데, 정부가 발표한 이후부터 식당 매출액도 떨어지고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겨 거제 이미지만 훼손될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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