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1258매 最古의 대장경, 그 천년의 세월을 찾아서

 

▲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해인사장경판전. (사진제공: 사진작가 안장헌)

고려인들의 높은 문화의식과 민족의식 엿볼 수 있어

[뉴스천지=백은영 기자] 사람이 천년의 세월을 산다면 어떠할까. 장구한 세월 속에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본 것이 많고, 아는 것이 많을수록 괴로움도 더한다는 말이 있다.

비록 살아있는 생물체는 아니지만 여기 천년의 장구한 세월을 민족과 함께하면서 질곡의 역사를 목도한 유물(遺物)이 있다.

흔히 팔만대장경으로 불리는 고려대장경’이 내년이면 제작된 지 천년이 된다. 난리와 난리 속에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본지는 2011년 고려대장경(팔만대장경)이 천년을 맞이하는 것에 발맞춰 고려대장경이 걸어온 길에 대한 기획을 마련하고자 한다. 여기에서는 ‘고려대장경’으로 그 이름을 통일하고 탄생과 성장 그리고 고려대장경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호국의 염원과 항몽투쟁의 의미 담은 대장경

<고려대장경>에 대해 설명해보라고 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인가. 고려대장경이 제작된 배경에 대해 아는 것이 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고려대장경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한다. 또한 여기에는 우리 선조들의 문화와 지혜가 담겨 있기에 후손인 우리 역시 고려대장경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의미에 대해 배우고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2011년은 고려대장경의 전신인 초조대장경이 만들어진 지 천년이 되는 해이다. 현존하는 대장경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고려대장경은 최고(最古)임과 동시에 체재와 내용에 있어서 가장 완벽한 대장경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려대장경은 경(經)·율(律)·논(論) 삼장(三藏)뿐 아니라 대승경전 <보살장(菩薩藏)>과 경의 논소(論疏)·전기(傳記)·여행기·목록·사전류 등이 포함돼 있어 실로 방대한 일대 총서(叢書)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려대장경은 호국의 염원과 이를 구심점으로 해 백성들의 단합을 꾀하여 항몽투쟁을 계속하고자 한 정치적 목적이 결부되어 이룩된 사업으로 고려인들의 높은 문화의식과 민족의식을 엿볼 수 있는 위대한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 해인사대장경판

대장경이란 무엇인가

경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류하면 ‘삼장’이라는 것이 있다. 삼장은 즉 부처님의 설법 중 근간이 되는 말씀을 기록한 경의 집합인 경장(經藏),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제시한 윤리조항과 공동생활상의 규범을 기록한 율의 집합인 율장(律藏), 이 경과 율에 대해 학자들이 설명하고 논의한 집합인 논장(論藏)의 셋을 가리킨다.

이 셋을 한꺼번에 모아 정리한 것이 소위 대장경(大藏經)이다.

대장경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불교의 경전과 논서를 모은 총서로 일체경(一切經)이라고도 하고 중경(衆經)이라고도 한다.

사연 많은 제작 과정

무엇이든지 그것이 탄생하게 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유물(遺物)은 당대의 시대적 배경과 사상, 문화와 생활양식 등을 엿볼 수 있어 사료(史料)로서의 가치가 있는 만큼 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고려대장경>에 대해 아는 것은 중요하다.

고려대장경의 조조(雕造)는 오랜 시일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제일 처음 조조된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 또는 <초판고본대장경(初板古本大藏經)>은 1011년(현종 2년) 거란(契丹)의 내침을 계기로 시작돼 1087년(선종 4년)까지 77년에 걸쳐 완성됐다.

이 초장경(약칭)은 대구 부인사(符仁寺)에 도감(都監)을 두고 송(宋)의 개보판(開寶板)·거란본(契丹本)과 종래부터 전해 내려오던 국내본(國內本) 등을 저본(底本)으로 해 <대반야경(大般若經, 600권)> <화엄경(華嚴經)> <금광명경(金光明經)>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등 6000여 권의 경판(經板)을 만들었다.

그 후 문종(文宗)의 제4왕자인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송나라에서 각종 장서 3000여 권을 모아 가지고 돌아와 1073년(문종 27년)부터 1090년(선종 7)까지 이 교장(敎藏)과 불서(佛書)를 모은 것을 엮어 <신편제종교장총록(新編諸宗敎藏總錄)>이라 하고 이 목록에 의해 차례대로 인간(印刊)한 것을 <속장경(續藏經)>이라고 한다.

이후로도 흩어져있는 불서를 모아 간행, 1099년(숙종 4년)까지 계속돼 모두 1010부 4740여 권이 인간됐다.

제1차로 완성된 이 정장(正藏)은 그 경판이 부인사에 이관, 소장돼 있었으나 1232년(고종 19) 몽골군의 침입으로 소실됐다. 몽골군의 침입으로 서울을 강화도로 옮긴 고려는 호국(護國)을 위한 부인사의 <대장경>이 소실되자 이 외침을 물리치기 위해 다시 대장경을 조조해 불력의 가호를 빌기로 했다.

그리하여 대장도감(大藏都監)을 새로이 설치하고, 1236년(고종 23년)부터 1251년(고종 38년)까지 재조(再雕)대장경을 완성시켰다. 이것은 처음 강화도성(江華都城) 서문(西門) 밖의 대장경 판당(板堂)에 수장되어 있었는데 후에 강화의 선원사(禪源寺)로 옮겨졌고, 그 후 조선 초기에 서울의 서대문 밖 지천사(支天寺)로 옮겼다가 다시 합천(陜川) 해인사(海印寺)로 옮겨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고로 현재 해인사 장경각에 남아 전해오는 대장경은 <재조대장경>이며, 이를 <고려대장경(또는 팔만대장경)>이라 부른다.

경판 수 8만 1000여 매에 달하는 이 대장경 판은 자체(字體)의 아름다움과 목판 제작의 정교함, 내용의 정확성에서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총 8만 1258매 고려대장경

▲ 고려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 내부.
경판 제작 사업은 국가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불가능한 사업으로 고려 조정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겠으나 실제적으로 경판조성을 계획하고 필요한 경비를 부담한 것은 최이(崔怡) 부자였다.

최이는 최충헌의 아들로 고종 때 무신정권의 실질적인 권력자였으며,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경판 제작에 필요한 막대한 경비를 조달할 수 있는 재력이 있었다. 그러나 경판을 제작하는 데 직접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어서 알 수 없다.

고려대장경판은 목판으로서 경판의 재질은 지금까지 모두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자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산벚나무와 돌배나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고려대장경 판의 수효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으나 8만 1258매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고려대장경의 경 종류는 1511종이며, 권수는 6802권, 총 글자 수는 약 5200만 자이다.

고려대장경은 국보 3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며, 해인사 장경판전은 국보 52호임과 동시에 세계문화유산(1995년 12월)으로 지정됐다.

고려대장경은 한국 불교문화의 보고로 역사, 철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몽골침략의 전란 속에서도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키기 위한 문화와 역사의 산물이다.

 

천년의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

고려대장경 천년을 맞아 (재)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이 ‘천년의 문명, 미래의 지혜’를 주제로 2011년 9월 23일부터 11월 6일까지 45일에 걸쳐 진행된다.

주최 측은 “2011년은 우리나라 지식․문화의 집결체인 대장경이 제작된 지 천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라며 “2011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은 인류사 최대의 문명총서이자 인류최고의 목판예술인 대장경의 의미와 가치를 전 세계에 확산하고, 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잇는 새로운 지식문화혁명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합천군 가야면 주행사장과 해인사, 창원컨벤션센터 등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대장경 천년기념관’ ‘지식혁명관’ ‘불교문화관’ 등으로 구성되며, 국제학술 심포지엄, 해인비엔날레, 산사음악회, 템플스테이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오래된 목판대장경으로 규모와 내용, 형식에서 당대 동아시아 문명의 결정체로 평가받고 있는 <팔만대장경>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구시는 천년을 맞이하기 위한 사전 분위기 조성의 일환으로 ▲팔공산 야외자동차극장에서 사찰 특산물 장터인 승시(僧市)재연 ▲동화사에서 부인사를 왕복하는 팔공산 순례길 걷기 ▲초조대장경의 전파루트를 재조명해 보는 2부작 다큐멘터리 제작 ▲초조대장경 인경본 복원출간사업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0년도 못 살 것 같은 인생이지만 이들이 일구어놓은 역사와 문화는 장구한 세월을 흘러 인류의 문화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 곁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식하고 보존하는 일은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무하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후대에 전해줄 가장 소중한 문화유산. 그것은 바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보존하여 사람들을 일깨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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