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0일 칩거 중인 전남 강진에서 열린 다산강좌의 강사로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오늘 이 자리는 강진군민 여러분과 공식적인 작별의 인사를 나누라는 배려인 것 같다”면서 “머지않은 시기에 여러분의 곁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강진을 떠나 정계복귀 수순을 밟겠다는 뜻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정계 복귀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순히 특정 개인의 정계 복귀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른바 ‘제3지대 정치변동’의 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손 전 대표는 일찌감치 ‘정치권 새판짜기’를 언급한 적이 있다. 강진의 외진 토담집에 은둔하면서 그의 가슴을 짓눌렀던 것도 ‘민생의 피눈물’에 화답하지 않는 ‘절망의 정치’를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가 민생을 망치고 있다’는 외침도 그런 뜻으로 들린다.

제3지대, 더 깊고 더 넓게
최근 자주 거론되는 정치권 ‘제3지대론’의 핵심은 ‘친박’과 ‘친문’으로 양분된 패권주의 정치구조를 혁파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우여곡절 끝에 ‘친박 패권주의’로 압축됐다. 이에 맞선 더민주 또한 우여곡절 끝에 ‘친문’으로 더 견고하게 세팅이 됐다. 당내 비주류는 존재감조차 없어 보인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 대선은 또다시 여야 양 진영으로 갈라져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다. 그 지긋지긋한 ‘진영싸움’이 재연되면서 구태와 소모적인 편싸움으로 민생과 정책, 가치와 상식은 풍비박산이 나고 온 나라가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져 덩달아 싸울 것이다. 다시 이렇게 가도 좋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내년 대선은 전혀 다른 상황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제3지대론’이 점점 관심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진영싸움과 편싸움으로 상징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끊어내고 이참에 ‘정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보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가 언급한 ‘정치권 새판짜기’의 공간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킨 것도 그 결과물이다. 특정 개인이 만든 인위적 공간이 아니다. 국민이 열어준 자연스런 공간이다. 그래서 쉽게 무너지지도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대표가 이미 제3지대에 큰 둥지를 틀고 있다. 그러나 워낙 낯설고 불안정한 공간이기에 국민의당만으로는 버거워 보인다. 이재오 전 의원을 비롯해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뛰고 있지만 아직은 영향력이 약하다. 바로 이 공간에 손학규 전 대표가 합류해서 제3지대의 어느 한 둥지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비전을 만들며 세력을 규합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내공이 좋고 준비된 정치인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제3지대론은 더 깊고 더 넓은 영역에서 더 풍부한 콘텐츠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제3지대에서 ‘빅텐트’가 세워진다면 내년 대선은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선거혁명, 아직은 꿈같은 얘기지만 그러나 현실은 꿈보다 더 리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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