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택 관광영어통역안내사/목사 

 

세계에서 최고의 화가를 꼽으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다 빈치, 피카소, 고흐 등 수도 없이 많은 훌륭한 화가들이 있지만, 필자에게 꼽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꼽을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 안의 천지창조라는 천장벽화는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해도 보는 자체만으로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미터 높이의 천장에 가로 13미터 세로 40미터의 그림을 거의 홀로 4년여의 기간 동안에 프레스코화를 정말로 성경의 원문을 충실하게 해석해서 창의적으로 그린 그림이다. 그 색채와 색감은 정말로 화려하고 구약성경의 전체를 그 안에 다 녹여낸 신에 감동된 작품으로 가히 비견할 수 없는 최고의 걸작이 아닐 수 없다. 

프레스코(Fresco)화는 회반죽을 해서 벽에 물감 칠을 하기 전에 평평히 발라주어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회가 아직 신선할 때(fresh) 그 위에 물감 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동시대의 라파엘로가 같은 성당의 다른 편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업으로 그림을 그릴 때 미켈란젤로는 조수들이 그 쉴 새 없이 작업하는 열의를 따라갈 수 없어 늘 혼자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한번은 20미터 높이의 작업대 위에서 밥도 거르고 씻지도 않고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발이 불편해서 내려와 신발을 벗는데 살이 퉁퉁 부어서 벗겨지지 않아서 칼로 찢었다고 한다. 벗어보니 발이 썩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하니 예술의 열정과 몰입이 그의 몸을 얼마나 상하게 했는지 모른다.  

4년여의 작업 도중 아무에게도 작업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하고 심지어는 교황에게도 비밀에 붙였다고 하는데, 이 세계적인 명작이 외부에 공개됐을 때는 세상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성당의 책임자들은 그림을 주문할 때 교육적인 목적도 있겠고 인테리어 효과도 노리겠지만, 세계적인 명작을 자신의 업적으로 남겨놓고 싶은 욕망과 자신의 위엄을 세상에 드러내놓고 싶어 했었다. 천지창조의 그림은 순서대로 읽다보면 구약의 전체적인 장면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구성이 돼있다. 천지창조의 첫째 날부터 아담 창조와 하와 창조-뱀의 미혹과 타락-노아의 홍수와 모세의 이야기를 거쳐 다윗과 골리앗 그리고 여러 구약선지자들의 이야기를 약 33개의 장면으로 나누어서 배치를 해놓았다. 여기서 개신교인들이 알지 못하는 천주교성경에 나오는 유디트 이야기 등도 여럿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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