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월초 중국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두만강 유역에 엄청난 홍수가 나서 북한주민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곧이어 보내온 동영상에는 중국의 도문지역에서 건너편인 북한의 남양지역을 촬영한 영상이었는데, 한눈에 보아도 북한남양 일대는 범람한 두만강으로 인해 남양고등중학교로 알려진 대형 건물은 운동장은 물론이고 건물내부까지 완전히 물에 잠겨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대홍수는 8월 29일에서 9월 1일까지 며칠사이에 벌어진 일인데, 두만강 유역 관측 이래 최대의 홍수라는 대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뒤 북한은 5차 핵실험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상식적으로 이 같은 북한의 도발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홍수피해로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총력을 다해 도탄에 빠진 주민들을 구해야 하는 당국이, 오로지 핵실험 성공에만 매몰돼 급기야 국제사회가 홍수피해의 심각성을 두고 북한지도부의 한심한 작태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선 그제서야 겨우 평양 여명거리 건설현장에 투입된 돌격대원들까지 수해지역으로 집중시켜 복구에 나선다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하얀 옷으로 치장한 북한 김정은은 영국제 고급 외제차를 타고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받는 도발 현장으로만 한가로이 나들이나 하고 있는 실정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결론적으로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야 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제 나라 정부조차 외면하고 축소하고 있는 재난현장에 더욱이 핵도발로 국제사회의 분노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 운운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식의 잠꼬대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북한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너무나 급박하다. 함경북도 무산군에 친척을 두고 있는 한 탈북자는 이렇게 상황을 전한다. 북한 최대의 무산광산도 전기 가 끊겨서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두만강 인근에 살던 주민들은 가재도구 하나 못 챙기고 사람들만 겨우 빠져나와 높은 지대에서 움막을 짓고 살고 있는데,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라는 전언이다.

여기에서 잠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고민해본다. 

무릇 인도적 지원이라 함은, 북한당국이 전쟁준비나 세습체제 유지용으로 비축하거나 빼돌려둔 인민의 재산들을 모두 내놓고 그것을 주민들을 위해 소진하고 난 뒤, 그때서야 비로소 주민을 위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라는 것이 가능할 것이며, 자신들은 두 손 뒤로하고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의 지원이나 바라면서 정작 배부른 자기 허리띠조차 졸라매지 않는데 무슨 인도적 지원 운운인가 말이다.
정상적인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같은 독재사회에 대한 지원은 자칫 우리의 선행이 도탄에 빠진 주민들을 돕기는커녕 독재세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는 것이 평소 필자의 지론이다.

외국의 원조는 원조를 받는 나라의 정부가 국제사회의 원조에 힘입어 국민과 함께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을 때 대한민국과 같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지, 그런 생각이 없는 독재세력에 대한 지원은 오늘날 아무리 퍼줘도 밑 빠진 독처럼 주민들의 삶과 인권에는 추호의 관심도 없는 북한 세습독재정권을 연명케 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염두에 두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작금의 북한 수해피해의 현실은 참으로 암울하다. 평소 지론이 그렇다고 해도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지경이다. 평생을 노예처럼 살고 있는 주민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는바, 이럴 때일수록 냉철한 전략이 요구되는데 국제적인 종교조직을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것도 특히 중국내 종교단체들이 이를 기회로 북한 내부에서 직접 대민접촉을 통해 수해복구와 식량, 생필품 등의 인도적 지원을 행하도록 하는 묘수를 찾는 것도 김정은 정권이 버린 수해지역 주민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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