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정성주

 

비오는 날 
나는 당신의 우산이 되고 싶어 
당신의 빈손을 잡고 
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들꽃을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당신의 흰 그림자 
나는 당신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나는 지금 어느 곳 
어느 길 위를 걷고 있는가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당신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길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당신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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