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문화재는 우리 민족 뿌리를 찾는 안내서이자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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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정린박물관 서정호 관장이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 앞에서 직접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근현대 유물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유물 등 1만 2천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전통기법을 그대로 체험하고 문화재는 교육사가 직접 설명하는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정호 아산정린박물관장

박물관 운영은 30여년 전 꿈
전통기법 적용한 학습체험
설명서 없는 유일한 박물관

美, 짧은 역사 문화재로 극복
국내외 문화관련 인재 발굴
문화재 정책 가교 역할 할 것

[천지일보=이태교 기자] 양반의 고을이라 불리는 충청도를 찾아 30여년 전 박물관 운영의 꿈을 갖고 지난해 개관한 아산정린박물관 서정호 관장을 만났다. 서 관장은 충남 박물관협의회 회장이자 공주대 문화재 보존과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박물관엔 삼국시대부터 근현대 유물은 물론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유물 등 1만 2천여점이 전시돼 있다. 전통기법을 그대로 체험하고 문화재는 교육사가 직접 설명하는 방식을 도입해 운영하는 서 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박물관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박물관을 운영하는 것은 나의 30여년 전 꿈이다. 언젠가는 우수한 문화를 시민과 공유하고 싶었다. 국내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현장 박물관을 운영하는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문화재 박물관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청년 시절부터 꿈을 갖고 직접 체험했다. 문화재는 한마디로 ‘아가페적 사랑’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깨진 기와라도 발견하면 그냥 좋아서 귀하게 여기고 수집한다. 그 결실로 박물관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특히 내가 문화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큰 힘이 되고 도와준 사람이 아내다. 아내는 내가 문화재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힘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 아산정린박물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 아산정린박물관의 특징이 있다면.
박물관은 역사를 체험하는 곳이다. 이곳은 전통기법을 그대로 이용한 학습체험과 교육사가 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특색이 있다. 일반 박물관은 수채화 물감을 이용해서 체험한다. 하지만 아산정린박물관은 전통 건축물에 사용했던 단청 안료를 직접 사용해서 재현하는 학생들의 체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재의 전통 기법도 가르친다. 예를 들자면 전통 단청 안료를 이용해 전통체험을 배운다. 전통기법을 적용해 작품을 만들다 보니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리고 아산정린박물관은 설명서가 없고 교육사가 직접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설명서를 대충 읽고 지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역사나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를 현장에 배치해 박물관을 찾는 사람에게 직접 설명하는 색다른 방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 전통체험 학습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달라.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 체험, 박물관 학예사 체험, 미술관 큐레이터 체험을 할 수 있다.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 체험에서는 박물관 유물과 미술관 이모저모를 배운다. 또 유물보존처리와 복원 체험, 나무판에 단청 그리기, 나무 필통에 단청 그리기, 와당 지점토 복제(채색) 등 4가지 체험을 배운다.

두 번째 박물관 학예사 체험은 발굴체험(토기, 기와, 와당)과 탁본체험(와당, 귀면와, 문양전돌, 민화목판)을 배운다. 세 번째 미술관 큐레이터 체험은 평면작품 전시체험(실내전시를 위한 마블링 액자 만들기), 입체작품 전시체험(야외전시를 위한 입체작품 만들기)을 체험한다.

▲ 전통 단청 안료를 이용해 4가지 전통체험을 배운다. 전통 기법을 적용해 만든 다양한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 공주대에서 문화재 보존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내용은.
문화재 관련 학생들에게 두 가지는 꼭 가르친다. 첫째는 문화재가 있는 현장 체험을 많이 하라고 주문한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것은 문화재를 알아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생명력이 있다. 두 번째는 성실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실은 마음과 일의 성실을 말한다. 문화재를 알아 가는 데 꾸준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하는 일에 성실해야 한다.

- 문화재 보존과 국내 박물관 발전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나는 문화재위원이고 문화재보존과 교수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재 한 점 한 점이 귀하고 소중하다. 깨진 기왓장 조각이라도 발견되면 어김없이 발길을 멈추고 수집해서 박물관으로 가져온다. 이런 내 모습에 주변 동료들은 못마땅하다고 말하지만, 깨진 기왓장 조각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가르치는 것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일이다.

그리고 지역 박물관 현장의 목소리가 정부나 지자체 정책에 잘 반영되도록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재 정책은 복지사업이 돼야 한다. 정부가 1000만원을 지원하면 박물관은 2000만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지원해 줘야 한다.

- 문화재 보존 시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있다면.
우리나라 박물관은 영세한 곳이 많다. 박물관 운영에만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사립박물관은 정부 지원이 거의 없고 직원 급여와 시설물 관리 등 예산 전반을 자체 해결해야 한다. 우리 박물관은 한전 측으로부터 전기세 50%만 감면받고 지금까지 세금이나 수도세 등 지자체에서 지원받는 항목은 일절 없다. 대부분 영세한 박물관은 경영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 식당, 커피숍 등을 운영해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문화재가 잘 보존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정책도 변해야 한다. 예를 들면 행정업무 처리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업무를 추진하다 여력이 없어 중단되는 일을 보면 안타깝다.

- 박물관을 찾는 시민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문화재는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는 안내서이자 길(道) 도우미 역할을 한다.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 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문화재를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시민의식 또한 높아졌다. 우리 것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는 5천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수많은 외침 속에 소중한 문화재가 상당 부분 훼손되고 파괴됐지만 우리의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서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다. 특히 문화재 하면 미국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세계 최강 미국은 비록 짧은 200여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미술관 등을 보유해 전통문화의 부족함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 아산정린박물관 서정호 관장이 1층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앞에서 갤러리 운영과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향후 계획은.
우리나라 문화재 발전을 위해 문화재 정책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 정부의 문화재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현장 박물관의 방향과 다를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박물관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에 반영하도록 설득하고 정부 정책은 현장 박물관의 실정에 맞도록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리고 흙 속에서 진주를 발굴한다는 말이 있듯 숨어 있는 국내외 문화 관련 인재들이 사장되지 않도록 발굴하는 계획도 펼쳐 보이고 싶다. 또한 60~70대 원로 화가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도 활성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원로 작가는 대부분 서울대, 홍대를 졸업하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 인사동에서 판매되는 작품은 비싸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신뢰할 수 있고 인사동에서 판매되는 작품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서정호 교수 약력>
아산정린박물관 박물관장
충청남도 박물관협의회 회장
공주대 문화재 보존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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