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2015년 전문직군 강간·강제추행 발생 현황. (출처: 경찰청) ⓒ천지일보(뉴스천지)

교개연, 교회 성폭력 근절 위한 포럼 “성범죄자 면직·출교 시켜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목사, 신부, 스님 등 성직자로 불리는 종교인들의 성폭력 범죄가 도를 넘었다. 전문직군 중에서는 불명예스럽게도 수년째 1위를 차지해 종교인들의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는 한편 사회 문제로 비화돼 지탄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문직군에 의한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검거자는 모두 1258명으로, 이 중 종교인이 가장 많은 450명으로 드러났다.

그 다음으로 의사가 403명, 예술인 225명, 교수 117명, 언론인 46명, 변호사 17명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종교인에 의한 성범죄는 전문직군 중 성범죄 건수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계속 증가추세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직군의 강간·강제추행 범죄는 지난 5년간 35%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강간·강제추행 범죄가 10% 증가한 것에 비해 무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종교인에 의한 성폭력 범죄는 재작년 다소 감소하다 전년 대비 27%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종교적 권위와 폐쇄적인 문화 탓에 사회적 감시망은 되레 소홀해 범죄를 키운다는 지적에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박남춘 의원은 “전문직군에 의한 성범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 여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면서 “이들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은 물론 스스로 자정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엄격한 윤리적 덕목이 요구되는 종교인들의 성범죄는 가해자의 우월적 지위나 위계로 인해 피해자들이 소극적으로 대체하고, 종교 조직 내 문제로 치부되면서 은폐·축소되는 경우가 많아 근절이 쉽지 않다.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내부 규율 강화와 의식 개혁 등 종교계의 자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가장 심각한 한국교회 내에서는 목사들의 성범죄에 관해선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지난달 초 청소년 사역단체 ‘라이즈업무브먼트’ 대표 이동현 목사가 수년간 여고생에게 성관계를 강제한 혐의가 드러나자 근본적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기윤실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종교인에게 가중처벌 및 공소시효 적용 배제를 내용으로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교회성폭력 이젠 교회가 응답할 때’를 주제로 열린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제안 포럼에서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교단 헌법에 ‘성범죄’ 죄로 규정해야”

교회 정책과 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회개혁실천연대(교개연)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교회 성폭력 이제 교회가 응답할 때’라는 주제로 교회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제안 포럼을 가졌다.

법률사무소 로그의 강문대 변호사는 ‘교회 성폭력에 관한 교단 헌법 구조 연구’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강 변호사는 한국교회 내 수많은 교단의 헌법(권징 조례) 중 성범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이 없다는 사실을 꼬집었다. 그는 “여러 교단과 교회가 (목회자로 인해 발생한) 성범죄를 인지한 경우, 중대한 범죄로 보는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이어 “성범죄에 대해 남자인 목사의 순간적인 실수나, 경건한 목회자가 영적인 차원에서 저지른 신앙의 일탈 정도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며 “이 같은 판단은 성범죄에 대한 본질을 흐리게 만들 우려가 있다. 또한 무엇보다 같은 일이 반복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을 온정주의적으로 보는 한국교회의 의식문화 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성범죄를 일회적인 실수나 영적인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형사법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문제다”며 “가해자인 목회자에 대해선 면직과 출교를 원칙적인 대응 방안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교단 권징 조례 죄과의 대상에 성범죄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美장로교회, 교단·교회가 법적 책임져”

이어 발제한 김애희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교회 성폭력에 대한 해외 교단의 정책 사례로 본 한국교회의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김 사무국장은 미국장로교회(PCUSA), 독일개신교회(EKD) 등의 사례를 설명하며 각종 지침을 제정하고 교단 헌법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PCUSA의 경우 목사 등 교회 관련 인사가 성적 비행에 연루돼 피해를 주면, 교회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와 관련 조사·재판에 드는 비용을 교회나 교단에서 부담한다”고 말했다. 관리감독·책임을 명확히 함에 따라 교단과 교회가 성범죄 예방 및 재발방지를 철저히 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사무국장은 끝으로 “교회의 정책 문서는 성적 비행에 대해 가볍게 여기거나 묵과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발현”이라며 덧붙였다.

대검찰청이 최근 발표한 범죄분석 자료(2010~2014년)에 따르면 범죄자로 낙인찍힌 종교인의 수가 한해 5000명을 넘어섰다. 목사와 스님, 신부 등 성직자의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한 종교계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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