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첨성대 주변의 지진 피해 식당에서 인부들이 지붕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안내방송 10분 넘어 나왔다”
“대책 없는 정권” 비난 목소리

[천지일보 경주=김가현 기자] “이젠 지진 소리만 들어도 규모가 측정돼요. 대책 없는 이 정권에 기대할 바 없습니다.”

역대 최강 규모 5.1, 5.8의 지진이 한반도를 움직인 9.12 지진 이후 꼭 일주일 만이다. 19일 오후 8시 33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 지점에서 규모 4.5 지진이 또다시 발생했다.

9.12 지진 이후 400여회가 넘는 여진이 발생했음에도 일주일 동안 정부가 내놓은 지진대처법은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는 경주 주민의 반응이다.

경주 사정동과 황남동 일대 주민은 19일 발생한 규모 4.5 지진에도 안내방송조차 10분이 훌쩍 넘어 방송이 나왔고 그 말도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부지리에서 20일 기자와 두 번째 만난 이명희(55, 여)씨는 이날 오후에 면장님과 만나고 왔는데 너무 화가 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특별재난지역이니 뭐니 방송만 떠들어 놨는데 문화재나 관공서 등은 고쳐야 하지만, 사유재산 집은 완전히 파손돼야 그나마 보상이 조금 나오고 반파된 집은 규정상 보상이 없다고 한다”며 “앞으로 ‘국민안전 말도 꺼내지 마라’고 하고 나왔다. 이 나라 공무원은 정말 무책임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지진이 났을 때 관공서나 119, 적십자 누구 하나 바로 달려온 적 있나. 몸이 불편해 거동을 못하시는 분을 찾아다니며 집에서 모시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또 지진이 (규모) 6이나 7 정도 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사람이 꼭 죽어야 하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경주 첨성대 주변의 지진 피해 식당에서 20일 오후 주민들이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주시청 관계자는 이날 오후 사정동 집마다 방문해 ‘자연재난 피해신고서’에 서명을 받았고 피해금액을 산정해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남동 일대서 한옥게스트 하우스를 운영 중인 엄춘배(55, 남)씨는 “9.12 지진에 외국손님은 다른 집으로 대피시켰고 찾아간 동사무소에서는 피해상황 접수만 하고 있는데 뭘 기대하겠느냐. 정치인은 카메라 있는 곳만 다닌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엄씨는 시청과 동사무소에 지원을 부탁했지만 포장천과 모래만 받았고 빗속에서 혼자 지붕을 덮었다고 한다.

그는 “저는 심장 수술을 받은 사람이라서 박동이 빨라지면 안 되는데,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심하다”며 “우리가 세월호를 대처하는 정부를 이미 봤고 ‘경주 주민도 결국 돈만 밝힌다’고 몰아갈까봐 이 정권에 기대지 않고 내일부터 1000만원을 들여 전체 지붕공사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부인 이삼숙(41, 여)씨는 5.8 지진 당시 “외국인 손님을 데리고 급하게 동사무소로 대피했는데 동사무소 직원이 ‘여긴 왜 왔느냐’고 물었고 외국인을 보여주니 그때서야 회의실 문을 열어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회의실 벽에 금이 쫙 가 있어서 외국인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황남동에서 또 다른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예약이 90%가 취소된 상태라고 울상을 지었다.

사정동에 사는 박원조(77, 남)씨는 “내 집 안방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며칠 동안 밥맛도 없고 정신적으로도 자꾸만 걱정된다”고 말했다.

▲ 경주시 포석로 일대 피해 주택에서 20일 한 모자(母子)가 직접 기와를 보수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경주와 인접한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에서도 민간단체의 지진피해 파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울주군 민간 자율방제단체 박규열 단장에 따르면, 울주군 상북면 일대 주택의 벽에 금이 가고 기와가 벌어져 비가 새고 석축이 빠진 곳 등의 피해 점검이 마무리 단계다. 12개 읍면을 취합해 군청에서 함께 자재를 지원해 같은 날짜에 복구에 들어간다.

상북면 주민 박성광(74, 남)씨는 5.8 지진 당시 “선반 위 물건이 다 떨어지고 집 전체가 흔들렸는데, 대피방송은 없었고 겁이 나서 그냥 집 안에 대기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19일)에는 지진 방송을 했는데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고 다음에 지진이 나면 집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도로에서 나는 과속방지턱 소리가 지진소리인지 모르겠다며 그 소리에 마음이 계속 안정이 되지 않는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지난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의 여진은 총 405회다. 최근 1시간 동안 규모 1.5 이상, 3.0 미만의 지진이 2회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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