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인호 경감(창원서부서 경비교통과 교통조사계장)

갑질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와 같은 수저론과 맞물려 갑질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갑질 횡포가 언론에 주목받으면서 어느새 대한민국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말이 되는 듯하다. 이에 경찰청에서는 갑질 횡포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 특별단속’이란 이름으로 근절에 나서고 있다. 갑질이란 기본적으로 나보다 약자를 대상으로 한 나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표현일 것이리라.

내가 갑의 위치인지, 을의 위치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대부분의 사람은 때로는 갑이고 때로는 을이다. 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도로 위에서 운전대를 잡은 나의 모습은 어떠한가? 내가 갑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삼거리 교차로에서 운행 중 다른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자 이를 쫓아가 차량 앞을 가로막고 흉기를 휘둘러 위협한 사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이를 추월해 급정거한 사건 최근 창원 서부서 교통범죄수사팀에서 검거한 보복운전 사건들이다.

위 사건의 피의자들은 아마도 상대 운전자보다 내가 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보다 운전이 미숙하기 때문에, 또는 나보다 작은 차를 몰기 때문에, 때로는 상대 운전자가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만일 상대 차량에 건장한 젊은 남성 여러 명이 타고 있었거나 온몸에 문신한 뒷골목 인상을 풍기는 운전자가 있는 줄 알았다면 위와 같은 보복운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도로 위에서는 모두가 서로의 위험을 감싸주는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불의의 사고로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이름 모를 동료운전자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갑과 을이란 말은 계약서 작성할 때만 사용하자. 그것도 아주 동등한 입장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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