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20조 2항 ‘정교분리’ 명문화했지만, 실상은 ‘정교 한통속’
국가조찬기도회, 교회와 정치 간 아부성 발언 쏟아내는 공식자리
李 전 대통령인수위 자문위원 김진홍 목사, 최근 20억 횡령혐의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한국교회 정치참여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과 이명박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등을 지냈던 김진홍 목사가 교회 헌금 2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19일 의정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 두레교회 장로 등 교인 13명이 김 목사를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 2015년 5월께 거래은행을 통해 교회명의의 예금계좌를 점검하던 중 교회재산으로 등록되지 않았던 교회명의 별도계좌를 발견하게 됐다”며 “그 계좌에서 2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사단법인 뉴라이트와 김진홍 목사 개인 등 여러 계좌에 송금된 사실이 발견됐다”고 말했다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했다. 김 목사의 고발과 맞물려 한국교회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교회와 정치는 사실상 ‘공생관계’라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서로에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구체적으로 한국교회는 총선 등의 선거철이 다가오면 앞장서서 여야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은 표로 직결됐다.

한국교회의 이런 구애에 화답이라도 하듯, 정치인이 교회 지도자들을 예방하는 모습도 그리 낯설지 않게 됐다. 여야 대표나 정부 부처 수장 등이 개신교를 예방하는 것은 하나의 관례로 굳어졌다.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응당 방문해야 할 곳으로 분류됐다.

현실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헌법은 엄연히 ‘정교분리’를 분명히 했다. 헌법 제20조 2항에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교회는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이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조찬기도회다. 지난 1965년 고(故) 김준곤 목사(CCC 전 총재)의 제안으로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1968년 처음으로 열렸다. 표면적으론 국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질적으론 개신교가 권력을 향한 아부성 발언을 늘어놓는 공식적인 자리인 셈이다.

특히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그 대표적인 자리로 꼽힌다. 당시 기독교 목사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여호수아에 비유하고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극찬을 늘어놨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조찬기도회는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때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팔을 걷었던 개신교는 2011년 국가조찬기도회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게 만들었다. 2014년에는 설교를 맡은 김삼환 목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칭송해 권력을 향한 민낯을 드러냈다. 오늘날 개신교의 성장 이면에는 이렇게 권력을 향한 구애와 찬양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기독자유당이 3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창당대회를 가진 가운데 한기총 증경회장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문제는 이제 한국교회가 정치의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를 한층 노골화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12년 동안 선거 때마다 기독정당을 만들어 국회 입성을 노려 왔다. 이는 선거철만 되면 늘상 되풀이됐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번번이 참패로 끝났다. 기독정당의 역대 득표율을 보면 바른나라정치연합(1997년) 0.18%, 기독민주복지당(2004년) 1.1%, 기독사랑실천당(2008년) 2.59%, 기독자유민주당(2012년) 1.2%에 머물렀다.

지난 4.13총선에서도 기독자유당이 비례대표 후보 10명을 등록하며 국회 입성을 시도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2석을 얻을 수 있는 최소 득표율 3%에 못 미치는 2.63%, 유효표 62만 6853표에 그쳤다. 원내 진출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또 다른 기독교 정당인 기독민주당은 0.54%, 12만 9978표를 기록했다.

급기야 정치 세력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선거법 위한 혐의까지 따라붙었다. 이른바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는 장경동 목사(대전 중문교회)는 지난 8월 1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4.13 총선 당시 기독자유당 홍보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장 목사는 홍보 영상에 출연했다.

장 목사는 이 영상을 통해 “4.13 총선에서 기호 5번, 꼭 기독자유당을 찍어 주셔서 동성애와 이슬람으로부터 잘 지켜갈 수 있도록 많이 도와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대전선관위는 선거범죄 전력이 없고, 위법 행위에 대한 개전의 장이 뚜렷하다고 보고 장 목사에 대해 서면경고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심지어 한국교회가 정치 세력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신도들은 그 도구로 전락했다. 개신교 지도자들은 정치 세력화의 당위성을 호소하며 신자들을 각종 정치적 성격을 띤 자리를 채우는 동원인원으로 활용했다.

한기총은 지난 2002년 주한 미군 장갑차에 의해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반미 정서가 확산하자 2003년 1월 교인 10만명을 모아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를 열었다. 지난 2006년에는 사립학교 개정을 반대하는 보수 집권당의 주장을 대변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한 비상구국기도회’를 개최했다.

▲ 기독자유당 창당대회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처럼 한국교회가 정치 세력화에 몰두하는 이유는 신자 감소·정체의 암울한 현실을 탈피하기 위해 신자의 결속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신자의 감소는 재정 압박 등의 요인이 됐고, 교회를 운영하는 개신교 지도자들에게 심각한 위기 위식을 불러일으켰다”며 “또한 민주정권 이후 친미세력의 중심에 개신교가 있고 구태권력의 부패나 부당함의 중심에 교회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이렇게 교회가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타개책 중의 하나가 정치 세력화”라며 “민주정권에 의해 기독교 신앙이 침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권력을 만들어 기독교 복음에 적합한 권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기독교 지도자들에게 지지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