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대문 시장 상인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남창동 남대문 시장에서 “전노련(전국노점상총연합)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상인회 “협상 절대 불가… 1만여 상인 피해”
노점상 “시장 위한일, 문제되면 대화로 풀자”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600년 전통을 이어온 남대문 시장의 상인들과 노점상들이 상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임대료를 내지 않는 노점상들이 중구청에서 허가한 노점상 영업시간인 오후 5시보다 빨리 영업을 시작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입장이다. 반면 노점상들은 시장을 찾는 고객의 발길이 끊겨 오후 5시부터 영업을 하면 2시간 영업으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라며 영업시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노점상과 상인들이 어울려 상권을 만들어 온 남대문 시장의 상인회와 노점상 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상인들 “노점은 불법… 매대 치워라”

남대문 상인 100여명은 19일 오전 노점상 규탄 집회를 열고 노점상 판매대(매대) 철거를 요구했다.

남대문 상인회 한 관계자는 “시장 통로를 노점상이 24시간 점거하면 1만여 상인들의 물건 반·출입은 어떻게 하느냐”라며 “정해진 영업시간이 끝나면 매대를 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점상은 불법이다. 일방적으로 길을 막아놓고 협상하자는 것은 그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원상태로 돌려놓지 않는 한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인회 측에서 주장하는 ‘원상태’는 기존에 정해진 영업시간을 지키고 영업이 끝나면 매대를 치우는 것이다. 상인들이 노점상들과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이유는 “지난 2010년 남대문 정비사업을 하면서 노점상 영업시간을 앞당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또 앞당겨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에 따르면 2010년 정비 사업 전까지 영업 시작 시간은 여름철 오후 5시 30분, 겨울철 오후 5시부터다. 그러나 현재 노점상들은 여름철과 겨울철 각각 30분, 1시간가량 앞당겼다. 주말에도 영업 시간을 오후 2시부터로 정했다. 게다가 저녁 7시에 영업이 끝나면 노점상 매대를 끌고 나가줘야 하는데 최근 그대로 방치해 쌓아놓기 때문에 점포 상인들 영업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는 것이 상인회 측의 설명이다.

상인회는 “여름철에 오후 5시 30분부터 장사를 하고 아침 8~9시에 매대를 끌고 나가면 야간에 영업하는 아동복이나 숙녀복 점포들이 물건을 차에 싣고 들어오게 돼 있다”며 “그러나 올해 8월 28일부터 노점상인들이 매대를 24시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회는 노점들과 점포 상인들이 판매하는 상품이 겹치고 노점은 세금이나 임대료 등을 하나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장사 시간까지 겹치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점상들 “시장 활성화 위해 영업시간 앞당겨”

노점 실명제. 노점 주인이 실명을 등록하고 도로 점용료를 내면 노점 영업을 허가해 주는 제도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과 노점상들의 갈등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커졌다.

중구청은 노점 자체는 불법이지만 노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영세상인들에게 어느 정도 합법적인 선상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취지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부 노점 상인들은 노점실명제가 사실상 ‘노점 죽이기’라고 주장하며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현재 267대 노점 중 80대만 신청했다. 3회 이상 시정명령을 받거나 노점을 매매·양도하는 경우 도로점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거리가게 위반행위 조치기준’이 가입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다.

그러면서 노점실명제 가입을 하는 조건으로 영업시간 확대를 요구했다. 남대문 상인회가 규정한 영업시작 시간 보다 앞당겨달라는 것이다. 기존대로 영업하면 노점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가 망하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영업시간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의선 전노련(전국노점상총연합회) 위원장은 “남대문 시장이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영업시간을 앞당겨야 한다”며 “그래야 노점상도 살고 점포 상인들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노점상이 영업을 앞당긴다고 해서 상가가 망한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며 “겹치는 품목은 대화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상생의 방향을 찾고자 여러 번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상인회 측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상인회가 대화를 거절했다”며 “만나지도 않고 대화도 하지 않은 채 주장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를 중재하는 중구청은 난처한 입장이다. 양쪽의 입장이 판이해 한쪽 편에만 설 수 없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양자 협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지만 노점상인들이 실명제를 계속 거부하면 단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구청은 불법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면서도 시장과 노점상인 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양측의 의견을 들으면서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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