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고 7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거대 자산운용사 프린시플을 움직이는 여성 CEO, 안드리아 뮬러 프린시플 부사장이 프린시플의 개방적이고 독특한 근무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준성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안드리아 뮬러 프린시플(PGI) 부사장

긍정 에너지로 750조원 자산운용사를 움직이는 여성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 잡은 여성리더
“쉴 틈 없이 바쁘고 고객 다양해서 행복”
한국 고객 까다롭지만 원하는 점 분명해
한국경제 전망 낙관 “대내외 요소 긍정적”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안드리아 뮬러(Andrea Muller) 프린시플(PGI: Principal Global Investors) 부사장과 대화를 나눌수록 그가 탁월한 유전자와 좋은 환경을 가진 복 많은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뮬러 부사장은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변호사로 일하다 2010년 750조원을 운용하는 거대 자산운용사 프린시플에 입사해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직장과 가정을 완벽하게 돌보는 여성 CEO로도 자주 언론에 소개된다. 실제 그의 표정은 가족과 일에 대해 얘기하는 내내 밝고 생기 넘쳤다. 인터뷰 후 뮬러 부사장은 자신을 팍팍 밀어주는 남편에 대해 ‘Amazing’을 연발했다. 프랑스 재직 중 낳은 딸과 아들은 여러 나라를 두루 경험한 덕에 창의적이고 열린 사고를 가졌다고 한다. 그는 기르는 개까지도 ‘사랑스럽다(Sweet)’며 행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모델 못지않은 외모에 스마트한 머리, 쾌활한 성격까지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뮬러 부사장과 대화를 하다 보니 ‘조상이 덕을 많이 베풀어 복을 받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 7일 국내 고객관리를 위해 내한한 뮬러 부사장을 서울 용산구 남산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만났다.

― 본인 소개를 해달라.

자산운용사 프린시플 부사장으로 글로벌 세일즈 헤드이며 프린시플의 글로벌 운용위원회 멤버다. 이전에는 프린시플의 아시아 대표로 중국, 싱가포르, 홍콩, 중동 지역을 총괄했다. 프린시플과 중국(China Construction Bank–Principal), 말레이시아(CIMB–Principal) 합작 사업을 이끌어 낸 바 있다. 2010년 프린시플에 입사하기 전에는 쉬어만&스터링(Shearman&Sterling) 로펌의 유럽 파트너로 변호사로 활동했고, UBS 투자은행 프랑스 및 싱가포르 지점의 전무이사, 피치 신용평가사의 아시아 대표를 역임했다.

― 이번 한국방문 목적은 무엇인가.

2000년부터 수시로 고객관리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이번에도 3주 동안 오스트레일리아, 한국,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타이완, 홍콩, 중국 등을 방문한다. 물론 한국을 관리하는 신희재 대표처럼 현지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있어서 이 모든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다. 이번에도 한국의 고객을 만나 요구사항을 듣고 프린시플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방문했다.

▲ 안드리아 뮬러 프린시플 부사장. 사진: 박준성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 프린시플의 근무환경은 어떤가.

프린시플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상호 협조적이고 개방적인데, 이런 문화가 정말 마음에 든다. 또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성에게도 똑같은 기회와 보상이 주어진다. 예를 들면 프린시플 계열사인 프린시플 금융지주그룹(Principal Financial Group)은 4개 부문으로 운영되는데 그 중 2개 부문 CEO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 리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프린시플은 직원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건강을 챙기도록 시간을 제공한다. 이 또한 프린시플의 성공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프린시플은 지난 4년간 가장 일하고 싶은 자산운용사로 선정됐을 정도로 여성이나 남성 모두에게 일하기 좋은 직장이다.

― 일하면서 느끼는 여성의 장점은.

이사회에 여성이 참여하면 남성에 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성은 사안에 대해 남성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다르게 이해하고 다른 전망을 내놓는다. 이런 면이 조직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인류의 절반이 여성이고, 고객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여성들은 매일 돈을 만지면서 자산관리를 한다. 여러 면에서 여성이 자산관리를 더 잘 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 여성을 위한 자산운용 프로그램이 있나.

매년 미국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이틀 동안 자산관리(Women in Asset Management)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해당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왜 여성이 자산관리와 금융서비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자산관리와 영업이 여성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등을 적극 설명하고 참가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 한국은 가부장적 문화 때문에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나의 모든 활동을 적극 지지해주는 남편과 가족이 있고, 또 좋은 회사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8남매 중 5째로 4명의 누나와 워킹맘 밑에서 자란 남편은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적극 지지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려고 나 스스로 항상 노력한다. 또 정말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건강관리에도 힘쓴다.

― 한국의 커리어우먼은 수퍼우먼이 돼야 하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그랬지만 한국도 변하고 있다고 본다. 난 오랫동안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일하면서 아시아 전반에 걸쳐 여성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봤다. 2000년부터 수차례 한국을 오가며 일하는 동안 많은 한국 친구들이 생겼는데, 내가 만난 한국 여성들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아주 잘 유지하고 있었다.

― 한국 고객은 어떤 특성을 지녔나. 까다롭지는 않나.

어느 나라 고객이든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한국 고객이 까다롭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아는 데 도움이 된다. 난 고객이 말하는 문제점을 경청하고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하지만 결코 억지로 뭔가를 선택하도록 하지는 않는다. 프린시플은 장기적 안목으로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파트너를 원한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고객을 관리하고, 고객이 관심을 갖는 문제에 대해선 진정성 있게 다가선다. 또 고객의 요구와 변화를 이해하고 가장 좋은 해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 향후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저성장과 저리 기조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시장은 매우 유기적이다. 선진국의 장기 저성장 기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신흥국의 경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 곧 신흥국이 4~5%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내수 중심 투자가 해외 주식시장이나 채권, 부동산 등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한국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한국은 매우 정교한 시장이고, 신용도와 고정 수입 관리에 오랜 경험을 지닌 나라다. 투자자들의 자산 관리 능력이나 지식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을 넘어 금융교육에 많은 가치를 둔다. 이웃나라 중국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한국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인 뮬러 부사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쉴 틈 없이 바빠서 즐겁고, 고객 특성이 다양해서 늘 에너지가 넘친다”고 했다. 부정적 환경마저도 도전의 기회로 여기는 그를 보며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성공을 부른다는 것과 뮬러 부사장의 진짜 복은 외적 환경이 아니라 그녀 속에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약력

안드리아 뮬러(Andrea Muller)

프린시플 (PGI) 부사장

전 프린시플 아시아 대표

쉬어만&스터링 로펌 유럽파트너

UBS 투자은행 프랑스 전무이사

피치 신용평가사 아시아 대표

美 조지타운대학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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