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8일 공공병원 조합원 1만명 1차 총파업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요구·의료민영화 저지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협업으로 돌아가는 공공병원에서 어떻게 개인별로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성과 경쟁의 희생양은 결국 환자가 될 것입니다.”

유지현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보건의료 노조) 위원장은 오는 28일 총파업에 앞서 공공병원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성과주의로 인해 환자가 돈벌이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자 수가 정해져 있는 공공병원에서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과도한 검사와 처방 등 과잉진료를 남발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과연봉제는 직원들의 업무 능력 및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두고 조직 효율성을 높이려는 제도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공공기관 정상화’의 하나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했고 올해 1월 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 이어 2월 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또 성과연봉제 도입기관엔 보너스 및 경영평가 가산점을 주고 그 반대는 인건비 동결 등 불이익을 주는 등 성과연봉제 도입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다수 공공기관에서는 근속연수와 직급에 따라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올랐다.

업무에 따라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내부 동기부여가 미흡하다 보니 생산성과 대국민서비스가 낮아진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따라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개인의 성과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기로 한 것이다.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노동계가 반발했고 공공·금융노조는 대규모 연쇄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오는 22일 공공노련 5000명의 집회투쟁을 시작으로 23일에는 금융노조 10만명이 총파업에 들어간다. 27일부터는 철도·지하철 등 공공운수노조 6만 2000명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고 28일부터 보건의료노조 소속 공공병원 조합원 1만명이 1차 총파업한다. 29일에는 근로복지공단 등 공공연맹 5000명이 1차 파업 및 상경투쟁에 나선다.

정부가 지난 2월 성과연봉제 47개 선도기관을 발표한 가운데 보훈병원, 국립대병원, 적십자사, 근로복지공단 직영병원 등 공공병원도 포함됐다.

유지현 위원장은 “공공병원 중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에서 국가유공환자들이 수익경쟁의 대상이 되는 등 우려하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에 따르면 공공병원 성과연봉제에 의한 폐해 사례는 진료 건수를 늘리는 데서 시작된다. 성과는 곧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는 것.

국가유공환자수가 정해져 있는데 수익을 내기 위해 진료 건수를 확대하려다 보니 과도한 검사와 처방 등 과잉진료를 남발한다고 유 위원장은 설명했다. 국가유공환자들이 건수와 돈으로 취급되고 의사에게 수익 확대를 강요하며 진료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의사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성토했다.

그는 “병원은 협업체 개념이다. 접수부터 치료받고 나가기까지 모든 것이 협업으로 이뤄진다”며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 굴러가는 공공병원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면 결국 협업체계가 무너진다”고 단언했다.

정부는 개인의 성과를 평가해 연봉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하지만 유 위원장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공공병원 특성상 개인 평가를 낼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유 위원장은 “중환자 한 사람을 돌본다고 해도 의사, 간호사부터 산소호흡기 등 의료기기가 작동될 수 있도록 전기시설 기사까지 투입되는데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평가를 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개별 구성원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정보 공유나 업무 협조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비협조’ 등과 같은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 위원장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살펴야 하는 병원에서 ‘비협조’가 확산된다면 그것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번 총파업을 시작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공병원 성과연봉제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업무 인력을 제외한 노조원 1만여명이 파업에 참여한다. 유 위원장은 “파업이 진행되더라도 필수유지업무 수준을 준수해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평소대로 운영될 것”이라며 “일반 병동과 치료, 검사는 약간의 일 처리 면에서 늦어질 수는 있으나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노조는 이번 총파업에서 성과연봉제 외에도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과 의료민영화 저지도 요구사항에 포함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게 아니라 인력과 지원을 늘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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