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 영화 포스터 (출처: 네이버 영화)

초라한 실적…“매번 교회·기관에 손 벌려, 직원들 곤혹”
“목사도 CBS 직원 피해”…노조 “수입원 아닌 계륵 될 판”
부사장이 단체카톡방에 티켓판매 실적 매일 공개해 ‘압박’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CBS가 수익성 사업으로 시작한 영화사업이 무리한 운영방식으로 수개월째 내부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CBS는 직원에게 판매할 영화표 할당량을 내리고, 부사장이 본부장 단체카톡방을 만들어서 티켓판매 실적을 매일 공개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이에 내부에서는 방송사로서 주업무인 방송보다 영화사업에 열을 올리는 CBS의 모습에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회사 측이 수습에 나섰지만 영화사업을 바라보는 내부 시각은 여전히 곱지 않다.

1년 6편 상영, 매회 20만 관객을 예상했던 CBS ‘영화사업’ 결과는 한마디로 초라하다. CBS가 영화사업을 천명하고 지난해 11월 19일 가장 먼저 개봉했던 영화는 ‘프리덤’이다. 관객 10만명을 겨우 넘겼지만 올해 2월 25일 두 번째로 개봉한 영화 ‘레터스 투 갓’은 6만 5000명, 지난 6월 16일 개봉한 ‘불의전차’는 5만 정도로 관객은 점차 줄고 있다.

영화사업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각은 처음부터 곱지 않았다. 직원들의 불편한 심경은 지난 2월 18일 열린 정기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성토한 대의원들의 발언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대의원들은 CBS가 새롭게 전개하고 있는 영화사업이 직원들의 애사심을 이용한 영화표 판매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성토했다.

“요즘 직원을 만났을 때 인사가 ‘티켓 몇 장 팔았냐’로 시작된다. 각 부서별로 할당이 떨어진 상태다. 강압적인 것은 아니지만 간부 회의를 거쳐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하지만 직원 입장에선 할당된 표를 팔지 못하면 내 돈으로 메꿔야 하는 것인가 하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

“지역의 경우 1년에 4차례 정도 자체 행사를 하고, 이를 통해 2억~3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그런데 영화표 판매에 올인하다 보면 큰 금액의 협찬이 필요할 때 천만원씩 협찬을 요구하기 어렵게 된다. 심지어 목사들이 우리 직원 만나기를 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부사장이 본부장 단체카톡방을 만들어서 티켓판매 실적을 매일 공개한다고 들었다. 계약기간이 남은 리포터를 내보내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본부장이 했다고 들었다. 비용절감을 위해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튀는 것으로 보인다.”

“공개방송은 교회 협찬이 필요하다. 그런데 영화표를 구입해줬다면서 공개방송 참여를 꺼리는 교회를 접하게 된다.”

“두 번째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던 목사가 ‘이번에도 양치기 소년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질적으로 좋은 영화가 아니다 보니 직원들이 몸으로 때워야 한다.”

영화표 판매 실적이 강조되면서 지역 간부들이 영화 홍보에 매몰된 채 방송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게 지역국 직원들의 전반적인 목소리다. 노조는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직원들에게 표를 할당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가 강압적으로 직원들에게 표 판매를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간부회의를 거쳐 만들어진 ‘자발적인 티켓 판매 목표’가 결국 강매의 전 단계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월 22일 전국언론노조 CBS지부가 발표한 성명 ‘영화사업에 직원들을 내몰아서는 안 된다’에서도 노조는 영화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노조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CBS 영화 사업 방식은 수입 측면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대다수 교회나 기관이 1년 예산 중 홍보 예산을 편성하고 그 범위 안에서 지출하는데, CBS가 특정교회나 기관에 영화표 구입을 요청한다면 그 비용은 이미 정해진 예산에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온전히 협찬받을 수 있는 예산을 영화표로 돌려받으면서 CBS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1년에 네 차례 정도 진행하는 행사를 통해 지역국이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영화 실적을 위해 기관에 손을 벌리다 보면 정작 지역국 행사를 치를 때 단위가 큰 금액의 협찬을 요구하기 어려워진다는 논리다.  

▲ (출처: CBS 노조 홈페이지)

노조는 회사가 선정하는 영화의 작품성도 문제 삼았다. 관객을 끌 만한 작품성을 가진 영화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노조는 “CBS의 영화사업이 기독교 문화 콘텐츠 확산을 통해 교회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는 비전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교회나 기관을 찾아가 매번 손을 벌리는 사업방식이라면 직원들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부사장이 매일 전국 본부장들로부터 영화실적을 보고받아 이를 공유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이끌어낼지는 몰라도 지역국 전체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안겨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직언했다.

이처럼 노조는 영화 사업이 CBS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것이라던 바람과는 달리 ‘계륵’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판단하고 회사 측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다.

CBS 노보 9월호에는 회사 측의 입장이 실렸다. CBS는 “처음 영화 사업을 시작할 때는 1년에 6편 정도를 상영한다는 목표를 가졌었다”면서 “하지만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에서도 문제 제기를 했었지만 직원들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커서 6편을 못했다. 편수가 줄어드니 아무래도 매출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CBS는 영화사업에 대해 “돈도 버는 거지만 문화 선교적 사명으로 전개하는 것”이라며 “좋은 기독교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공감이 먼저 만들어졌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실적 우선으로 하다보니까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겨난 것 같다. 지역국에 할당량을 주는 등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우를 범하게 돼 힘이 빠진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영화의 실적 측면에서도 기대했던 성적에 미치지 못하면서 ‘20만 시장’이 어렵게 됐다고 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즌별로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CBS 측은 “그래도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최소한 한 편당 실질적으로 10만을 생각한다”면서 “기독교 영화를 보는 습관을 확산시키면서 복지사업과 연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큰돈을 벌 것이란 계산은 벗어내고 실질적인 매출목표로 하다보면 잘 돼서 매출이 큰 범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BS가 관람객수 10만으로 목표를 하향 조정하며 1년 4편의 영화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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