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이제 다섯 살 된 아이가 놀이터에서 개미를 잡아 죽인다. 아직 어리니까 그냥 모르는 척 내버려 두고 놀게끔 할지 아니면 개미에게도 생명이 있음을 알려줘서 죽이는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할지 어느 쪽이 더 나을까? 결론적으로 부모는 아이의 개미를 잡아서 죽이는 행동을 제지해야 한다. 이때 아이에게 적절한 설명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아이들이 죽음의 개념에 대해서 확립되어 있지 않은 시기이므로 “개미가 아야 해(아파)!”라는 식의 표현으로 움직이는 생명체에 대한 소중함을 어려서부터 교육해야 한다. 또 부모 스스로도 무심코 작은 벌레나 곤충을 발로 밟아 죽이는 등의 행동은 아이들 앞에서 삼가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길에서 지나가는 강아지 같은 동물을 귀여워하는 행동을 보여 주자. 만일 아이가 동물을 괴롭히려고 한다면 주의를 주고, 부모 또한 동물을 함부로 취급하거나 학대를 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개미나 벌레를 따라다니며 밟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놀이인 것인가? 그렇다.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놀이가 될 수 있고 별다른 감정 없이 그저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오히려 6~7세 된 아이들은 개미가 아프고 가엽다는 생각을 하지만, 4~5세 이전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곤 하는데 생명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힘이 세어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얼마든지 개미를 쫓아갈 수 있고, 잡을 수 있으며, 밟을 수 있다고 여기므로 우월감을 확인하기도 한다. 만일 부모가 자녀의 이러한 행동을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 아이들은 점차 더 큰 곤충을 발로 밟아 죽이려고 할 수 있고, 자신보다 약한 존재의 괴로움에 대해서 둔감해질 수 있다. 이는 아이의 도덕성 발달 내지는 생명 존중의 마음가짐을 갖추는 것에 있어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나아가 대인관계에서도 남의 고통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이 우선돼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야생에서나 통할 법한 약육강식의 세계관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한편, 개미, 벌레 등도 그렇고 길의 꽃이나 나뭇가지도 놀이 삼아 함부로 꺾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찬가지다. 꽃이나 나뭇가지를 꺾는 행동을 금지시켜야 한다. 꽃이나 나무가 비록 말을 하지 못해도 아픈 것을 느끼고, 네 행동으로 인해서 약해지거나 병들 수 있기 때문에 꽃과 나무를 소중하게 다루어 줄 것을 가르친다. 부모는 꽃과 나무를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감상하되 절대로 꺾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보이는 꽃과 나무가 예전에는 매우 작았지만 이제 이만큼 자란 것이고, 이는 사람들이 꺾지 않고 대신에 물을 주는 등 보살펴줬기 때문임도 설명한다.

그렇다면 자연체험이나 농장체험이라든지, 애완동물, 물고기 키우기 등이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는데 도움이 될까?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아이 스스로 직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각종 식물들과 곤충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농장에서 씨를 심거나 수확하는 것에 참여해서 생명의 과정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애완동물이나 물고기를 키우는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과정이다. 식물과 다르게 물고기는 움직이는 대상이기 때문에 보다 더 생명을 분명하게 느낄 것이고, 강아지 등의 애완동물은 나름대로 감정의 표현이 있으므로 더욱 더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애완동물과의 상호 교감을 통해서 동물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을 배우고,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마음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만일 동물에게 먹이를 잘 주지 않으면 자주 아프고 또 움직임이 없어지는 것도 알 수 있게 되고, 동물도 엄연한 하나의 생명체로서 소중하게 키우는 경험을 부모와 함께 한다면 자연스럽게 사람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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