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치성·공정성 논란, 솜방망이 제재로 ‘방심위 폐지론’ 제기도
지난해 심의 1303건 중 과징금 3건, 절반은 행정지도뿐
“반복적 심의규정 위반사엔 과징금 부과 가중 처벌해야”
“방심위, 사무처 직원이 사실상 좌지우지… 사무처 독립돼야”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세월호 조문 연출’ 보도로 논란이 된 CBS가 운영하는 TV, 라디오 방송 내용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 테이블에 수십 차례 올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의결 내역을 보면 지난 2005년 5월~올 8월까지 TV 1건, 라디오 75건 총 76건의 심의 중 75건이 객관성, 공정성 등이 문제가 돼 ‘권고’ ‘주의’ 조치 등을 받았다.

하지만 편파·왜곡 방송이 난무하는 현 상황을 낳은 근본에는 방심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심위는 방송 내용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세워진 기구다. 그런데 방심위를 둘러싸고 정치성과 공정성 논란, 그리고 솜방망이 제재 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일각에선 ‘폐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심위의 심의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방송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면 심의팀을 거쳐 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의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심의에 따라 과징금, 제재조치, 행정지도 등이 결정된다.

지난 2015년 방심위의 방송심의 의결 현황을 보면 총 심의건수 1303건 가운데 과징금은 3건에 불과했다. 제재 조치 가운데 정정·수정, 중지는 없었고 관계자 징계는 34건에 그쳤다. 경고가 120건, 주의가 230건이었다. 행정지도는 권고 663건, 의견제시 135건으로 전체 심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솜방망이 제재’ 편파보도 여지 남겨

그런데 문제는 심의에 걸린 방송에 대한 제재가 재발을 막고 올바른 언론문화 형성을 이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난 2015년 국정감사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 “종편이 방심위 제재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심의규정을 위반하고 있어 과징금 부과나 가중 처벌 등 재발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편파성 등이 문제가 된 방송에 대해 가벼운 제재가 이뤄지면서 심의가 ‘무용지물’이란 것이다.

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 받은 ‘시청자 심의 신청 민원 접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2016년 8월 종합 편성 채널 시청자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민원은 6배 가까이 급증했다. 방송심의 활동이 이뤄지는데도 오히려 관련 민원은 급증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면서 적극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종편이 문을 연 2012년 종편 시청자의 민원은 251건이었으나 ▲2013년 644건 ▲2014년 1867건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028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8월 기준으로 1489건을 넘어섰다. 특히 종편의 경우 2014년과 2015년 공정성 부분을 지상파보다 더 지적 받았다.

이에 대해 신경민 의원은 “종편의 객관성과 공정성, 윤리적 수준에 대한 시청자들의 민원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적극적인 심의와 제재는 물론, 재승인을 앞둔 종편들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국감에서는 무엇보다 수사권도 없는 방심위에서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기 어렵고 잘못된 심의로 억울한 피해자만 양산해 낼 우려가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출처: 연합뉴스)

◆“야들야들해 보이는 선수” 발언도 ‘문제없음’

또 심의가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방송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왜곡·편파 방송 등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할 뿐 아니라 한번 방송을 타면 이로 인한 피해는 ‘낙인’ 찍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아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 중 해설위원의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심의대상에 오른 방송은 2건뿐이었다. 게다가 2건 모두 ‘문제없음’으로 의결했다. 올림픽 기간 SNS상에는 중계진들의 성차별 발언이 수차례 논란이 됐지만 심의에 오른 건 극소수인 데다 그마저도 아무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문제없음’으로 의결된 두 건은 우리나라 유도 여자선수의 상대 선수를 소개하며 “보기에는 야들야들해 보이는데 상당히 억세게 경기를 치르는 선수”라고 한 발언과 비치발리볼 경기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코파카바나 해변에 브라질 미녀들이 비키니를 입고 있는 모습” “네, 해변을 미녀랑 가야지”라고 한 아나운서들의 대화였다.

김성태 의원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올림픽 중계 도중 해설위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해 불편을 겪었고 해당 내용이 많은 언론에서 다뤄진 만큼, 방심위에서 자세한 심의를 통해 국민공감대에 맞는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연대 사무처장을 역임한 인터넷기자협회 김정대 지역위원장은 방심위의 문제점으로 심의위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공무원으로 이뤄진 사무처를 꼽았다.

김 위원장은 “심의는 사실상 공무원으로 이뤄진 사무처 직원들이 올려 준 내용과 방향에 따라 좌지우지 되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악용될 소지가 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아닌 경우엔 제대로 심의가 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방심위의 구조적 문제 해결방안으로 심의위원의 전문성 확보와 사무처 독립을 제시했다. 그는 “무엇보다 사무처 독립이 중요하다”면서 “민간 영역의 미디어 전문가가 사무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운영도 투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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