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4년 4월 29일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옆에 지나가던 조문객 오모(73, 여)씨를 안고 위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청와대가 조문연출” 기사 3건 내보내… 분노 여론에 ‘기름’ 끼얹어
靑비서실, 정정보도 거부되자 소송… CBS, 1·2·3심서 연달아 패소
대법서 원심 확정되자 “조문현장 연출 사실 없다” 정정보도문 게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최근 대법원에 의해 허위보도로 판명난 CBS 노컷뉴스의 ‘청와대 세월호 조문연출’ 보도 해프닝의 시작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 2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정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를 이른 시간에 찾았다. 박 대통령은 희생자에 대한 조문을 마친 뒤 옆에 지나가던 한 노인 오모(73, 여)씨를 껴안고 위로했다. 

이를 두고 CBS 노컷뉴스는 다음날인 30일 ‘정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해당 조문 장면이 연출됐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청와대 측이 당일 오씨에게 대통령이 조문할 때 가까이서 뒤를 따르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노컷뉴스는 이 같은 내용으로 ‘조문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 ‘“현장에서 할머니 섭외” 靑 조문연출 사실로’ ‘靑 조문연출 할머니 섭외… 비난 쇄도’ 등 3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조문연출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노컷뉴스는 다음 날 기사의 일부 내용을 바로잡기도 했다. 노컷뉴스는 “‘조문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 기사에서 실제로 박 대통령이 조문하는 동영상을 보면 정부 관계자가 해당 노인을 박 대통령 근처로 안내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대목에서 ‘정부 관계자’로 표현된 인물은 ‘장례지도사’로 밝혀졌기에 해당 문장을 삭제한다”고 정정했다. 취재 당시 사실관계 확인이 철저하지 못했음을 인정한 것이었지만, ‘청와대 조문연출’이라는 기사의 핵심 팩트는 바로잡지 않았다. 

청와대는 궁지에 몰렸다. 조문연출 논란은 세월호 참사로 분노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비서실은 “연출은 사실 무근”이라며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CBS 측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CBS는 “믿을 수 있는 취재원으로부터 확인해 보도했다”며 정정보도를 거부했다. 이에 청와대 비서실과 김 실장 등 직원 4명은 CBS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함께 손해보상금 8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서울 남부지법에 냈다. 

1심은 CBS가 당시 논란이 일었던 할머니나 장례지도사 등을 취재하지 않았고, 의혹 사실을 수긍할 만한 새로운 자료를 추가 제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72시간 내에 정정보도를 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100만원을 청와대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할머니가 유족이 아닌 일반 조문객으로 밝혀지자 인터넷에서 가식적으로 연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이는 조문 당시 상황에 기초한 추론이나 추측에 불과할 뿐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BS 측이 정부 핵심관계자로부터 확인받고 보도했다고 주장하나, 이에 대해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정정보도문을 게재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실장 등은 기사 내용과 개별적 연관성이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CBS는 판결 내용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됐다. 대법원에서 진행된 상고심에서도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판결로 원심을 확정했다. CBS는 대법원 판결 직후인 지난달 28일 “대통령의 조문 현장을 연출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해당 기사를 바로잡는다”는 내용의 정정보도문을 해당 기사에 게재했다. 

한편 CBS의 2011년 이후 정정 및 반론보도 건수는 80여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세월호 조문연출’ 의혹을 비롯한 세월호 관련 정정·반론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쏟아낸 기독교복음침례회와 유병언 전 회장 관련 기사와 관련해 정정·반론보도가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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