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가 우병우 민정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을 올해 국정감사 기관증인으로 채택했다.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당연한 것이 새롭게 들리는 것은 시절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병우 수석은 그 진퇴 여부를 넘어서 박근혜 정부 임기 말의 최대 ‘정치 쟁점’으로 부각돼 버렸다. 싫든 좋든 국정수행의 크고 작은 일은 우병우 수석과 연관해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 수석이 인사 검증의 책임까지 맡고 있기 때문에 그 무게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정치권 안팎에서 일고 있는 우 수석에 대한 의혹은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렸다. 사실이 은폐된 것도 있고 또 부풀려진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 실체를 파악하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제대로 된 감찰도 못하고 사퇴한 것도 악재 중의 악재다. 이제 그 몫은 검찰로 넘겨졌지만 검찰이 그 진실을 파헤칠 것으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검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검찰이 처한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사실상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는 곳이 민정수석실이 아닌가. 따라서 의도치 않았던 비극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우병우 수석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당연하지만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다만 이런저런 핑계로 불출석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달아야 할 것이다. 만약 여야 합의로 증인 채택을 했음에도 ‘수사 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는다면 여야 합의는 처음부터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우 수석까지 국회를 무시하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런 쇼를 벌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와 국정감사 취지에 맞게 우 수석이 국회 증인석에서 당당하게 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해야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간의 의혹과 오해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칙대로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찜찜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 수석의 증인 출석 문제와 관련해서 약간 발을 빼는 듯한 발언을 했다. 불출석 사유가 있을 경우 추후 재협의키로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불출석 사유가 있다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법대로 하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증인 채택’과 ‘출석 여부’를 분리 시켜서 법대로 하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증인 채택은 법대로 합의했으니 출석 여부도 법대로 하자면서 우 수석의 국감 발언은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그럴 듯한 불출석 사유를 들고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의구심을 단박에 떨쳐 내고 그간의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서라도 우 수석은 당당하게 국정감사 현장에 나와야 한다. 부디 국회를 무시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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