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미국이 표적덤핑(targeted dumping)과 제로잉(zeroing) 방식을 묶어 삼성과 LG 세탁기에 부과했던 반덤핑 관세는 협정 위반이라고 세계무역기구(WTO)가 판단했다. 한국이 이 분쟁에서 최종 승소한 것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는 7일(한국시간)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 관련 상소심 최종 보고서를 확정해 회람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 2012년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최종 판정함에 따라 2013년 8월 WTO에 제소했고, 지난 3월 1차 심리를 맡은 WTO 패널(소위원회)은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한미 세탁기 분쟁의 주요 쟁점 사항은 미국 상무부가 우리나라 삼성과 LG의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판매를 표적덤핑으로 판단한 것과 제로잉을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조치다.

표적덤핑은 특정 시기, 장소, 구매자에 대해 덤핑이 발생하는 경우로 WTO 협정은 이 경우 해당 거래와 정상 가격을 비교해 덤핑율을 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로잉은 덤핑마진 산정 시 수출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낮은 경우만 반영하고, 수출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높은 경우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0으로 처리해 최종 덤핑마진을 부풀리는 방식이다.

상계관세 쟁점에서도 보조금 계산방식과 관련해 패널 단계에서 우리 측이 패소했던 판정을 WTO 상소기구는 우리의 최종 승소로 확정했다.

WTO는 삼성전자의 전체 R&D지출에 대한 세액공제를 세탁기에 대한 보조금율 계산에 반영하고 삼성전자의 해외매출을 고려하지 않은 미국 상무부의 조치를 WTO 보조금 협정 위반으로 판정했다.

다만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이외 지역에 투자할 경우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은 ‘지역적 특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판정했다.

이번 판정이 이행될 경우 한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부과하는 상계관세(원심 1.85%, 재심 34.77%)는 그 조치 자체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돼 한국산 세탁기의 대미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 미국의 가정용 세탁기 시장은 연간 900만대 규모이며 점유율은 월풀 20.7%, 메이텍 14.5%, GE 12.9%, 삼성 12.8%, LG 12.0% 순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세탁기 수출은 2010년 7억 2100만 달러에 달했으나 2012년 8월 미국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에 따라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억 3800만 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번 판정은 표적덤핑을 활용한 제로잉에 대해 한국이 최초로 WTO에 제소하고, 미국의 상계관세조치까지 제소 대상에 포함한 포괄적 분쟁에서 압도적인 결과를 도출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WTO가 미국의 새로운 제로잉방식(표적덤핑을 활용한 제로잉)도 WTO 협정위반이라고 최종 판정함에 따라 어떠한 경우에도 제로잉은 금지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합리적인 기간 안에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권고·결정에 대한 이행 계획을 보고하거나 완전 이행 때까지 보상에 대한 협상을 벌여야 한다. 보상 협상이 실패하게 되면 분쟁해결기구는 추가 보복절차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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