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예장합동 교단지) ⓒ천지일보(뉴스천지)

합동총회 정책위 설문조사
韓교회 장자교단의 정치 현주소
총대 4명 중 3명 “총회 불만족”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의 장자교단이라 자부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 소속 목회자와 장로들이 총회에 대한 불만족도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회를 이끌어나가는 총대(목사·장로)의 73.5%가 불만족을 표출했으며 만족을 표한 총대들은 25%에 그쳤다.

예장합동 총회정책연구위원회(위원장 장봉생 목사)와 교단지는 이달 말 제101회 총회를 앞두고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총대들의 여론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달 16~19일까지 진행된 설문조사는 500명의 총대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는 예장합동이 안고 있는 정치·재정 등 각종 현안을 바라보는 총대들의 불편한 시각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먼저 총회정치와 목회자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가 부각됐다. 예장합동 총대들이 바라보는 총회의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는 ‘지나친 정치활동(35.8%)’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영적 리더십 부재가 23.6%, 불투명한 재정운영 19.6%, 재판의 불공정성 11.2%, 극심한 지역주의 6.7%로 집계됐다. 직분별로는 목회자는 ‘지나친 정치활동’을 지적한 의견이 41.9%를 차지했다. 반면 장로들은 ‘지나친 정치활동’과 ‘영적 리더십 부재’가 각각 29.7%, 27.5%로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예장합동 교단의 정치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게 된 사건은 지난 97회 총회가 대표적이다. 일명 ‘노래방 도우미 목사’ ‘가스총 목사’ 등으로 얼룩지며 큰 충격을 줬다. 목사가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불러 유흥을 즐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는가 하면 총회 현장에서 목사가 가스총을 꺼내 주변을 놀라게 했으며, 용역을 동원해 반대파를 진압하는 등 성직자들의 행동이라 보기 어려운 행태가 연출됐다. 총회의 부끄러운 일면은 여과 없이 보도됐고, 교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혀를 차게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황규철 목사가 심지어 동료 목사를 흉기로 찌르는 칼부림 난동 사태까지 벌어졌다. 황 목사는 결국 징역 7년형을 구형받고 교단에서 제명됐다.

그런가 하면 길자연·김영우 목사를 둘러싼 총신대 사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길자연 목사는 학내 갈등의 중심에 서 사퇴 의사를 발표했다가 취하하는 해프닝을 보이는 등 정치적인 행보로 비판을 받았다. 길 목사 사퇴 후 김영우 목사가 총장직을 이어받았고, 김 목사가 올해 총회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이중직 논란이 일었다. 김 목사는 상대 후보자로 등록한 정용환 목사와 상호 비방전을 이어가며 진흙탕 선거전을 치러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총대들의 총회 선거에 대한 낮은 만족도는 그리 어색한 결과가 아니다. 총대들은 교단의 사법기관과 선거감독기관인 재판국과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았다. 총대 4명 중 3명은 총회 재판국 및 선거관리위원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23.1%나 나왔다.

총대들은 총회의 회무 결의 방식에 대해서도 대부분 현행 ‘거수로 결정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자투표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70.2%로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 투표용지를 이용한 투표방식이 2위로 23%를 차지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거수 결정은 단 5.9%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총회 임원 선출 방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1차 제비뽑기 후 2차 직접투표 방식에 과반수가 지지했다. 총회 선거 입후보자의 검증 방식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견발표회에 만족하는 총대는 단 10.1%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이 후보자에 대한 상세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지역별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도 24.8%나 나왔다. 언론과의 공개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의견도 22.9%를 차지했다.

총회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는 ‘다음 세대 및 교육’이 34.7%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서 ‘재정투명성(24.8%)’ ‘교인수 감소 대책(16.3%)’ ‘이단 및 이슬람, 동성애 대응(12.9%)’ ‘목회자 수급(4.2%)’ 순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것은 총대들은 총회가 개선해야 하는 과제에서도 불투명한 재정운영(19.6%)을 꼽았고,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로도 재정투명성(24.8%)을 꼽았다는 점이다.

이는 70억원의 손해를 본 은급재단 납골당 매각 사건, 아이티구호 헌금 20억원의 공중분해 사건, CMS 선교사 안식년 기금 10억원 전용 사건 등 수년 동안 논란이 됐던 재정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바라는 총대들의 염원이 이번 설문에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총회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대한 평가에서도 현재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답한 총대는 2.3%에 불과했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90.4%가 동의했다는 점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에서 총대들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반드시 개혁하고 실천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도 견해를 냈다. 가장 많은 의견으로는 ‘목회자 권위주의 및 내려놓음(37.9%)’이었고, 그다음으로는 ‘성도들의 실제 생활에 대한 방향제시(19.2%)’ ‘자기교회 중심에서 지역사회로의 공공성 지향(15.9%)’ ‘양적팽창 및 외형중심 성장 지양(13.0%)’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10.9%)’ 등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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