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과 부패를 척결하자’ ‘인간성을 회복하자’ 등의 유사한 운동이 유별나게 많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 어느 때보다 작금에 이와 같은 운동이 일어나는 현상은 이 시대가 아주 많이 부패해 있음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며, 올바른 길을 가고 있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부정은 올바르지 않다는 의미며, 부패는 마치 유기물이 악취를 내며 썩어가는 현상이라고 한다면 이 시대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심각한 것은 유기물이 썩는 것은 거리를 두며 버리고자 하면서도, 나와 사회와 국가가 악취를 내며 썩어가는 데는 어떠한 반응도 나타내지 않으며 외려 함께 썩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즉, 정상적인 가치관에서 이미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오감(五感)을 가졌어도 언제부턴가 그 기능이 마비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라도 정의와 진실과 화합을 절규하는 소수(少數)가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할지라도 진정한 부정과 부패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진정한 부정과 부패의 참 의미를 비껴나 결국 그 절규는 허공을 치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올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의미는 뭘까.

요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행보가 국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들의 고충의 소리, 부정과 부패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눈으로 보고 느낀 체험을 토대로 농촌진흥청과 서울시청 등에서 ‘반부패 및 청렴’에 대해 ‘청렴 선진국 지름길은 부패청산이다’ 등의 특강을 통해 그 해답은 ‘잘못된 교육문화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하게 피력했다.

진정한 부정과 부패의 의미는 금품수수, 뇌물, 청탁 등의 나타난 결과를 해결하는 게 다가 아니라는 뜻일 게다. 이재오 위원장이 지적한 대로 교육을 통한 근본적인 의식과 사상의 전환을 꾀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는 사실에 공동의 인식을 주문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올바른 가치관이 현 사회에 이상적으로 접목될 수 없다면 다양한 사회, 다기능 사회에서 역기능으로 나타나는 부정적 요소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며, 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오직 의식교육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를 외면하고, 인문학을 외면하고, 성장과 성공만을 부채질했던 성공지향주의 전문화교육 행태는 지금까지로 족하다는 의미다. 최고가 되어야 하고, 성공해야 하고, 전문가가 돼야 했던 시대의 의식에서 한 발 물러나 넓고 크고 깊게 바라볼 때가 왔다는 뜻이며,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최고가 되는 지름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요즘 최재천 교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통섭(通攝)의 원리’를 주창하고 있다. 그분들의 주장이 어쩌면 이 같은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요 논리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즉, 지금까진 최고가 되기 위해 한 가지에 대해 아주 깊이 파야 했다. 그러나 진정 깊이 파는 법을 모르고 파들어 갔기에 그 결과는 최고에 이른 것 같았으나 곧 무너지고 파멸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오늘날 부정과 부패의 씨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진정 깊이 팔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답은 넓게 파는 것이 가장 깊게 팔 수 있다는 이론이 여기에 성립하는 것이다. 즉, 두루두루 섭렵하는 것이 안정된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된다는 것이다. 과거에 깊게만 파던 시절, 외골수를 낳았고, 이기주의를 양산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궁극적 자연과학의 성취는 인문학과의 자연스런 조화를 통해 완성된다는 원리를 약 600년 전 세종대왕은 우리에게 유산으로 남긴 것이다. 오늘날에 와서 이제 대왕의 의지와 뜻을 깨닫게 된 것이다.

즉, 해시계, 측우기, 각종 무기 등의 자연 과학의 개발은 한글이라는 인문학의 바탕위에서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자연과학의 개발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과 함께 만인에게 유익을 주고자 함이 그 개발의 목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해야 한다.

그 분의 그 고귀한 정신이 오늘날 이 시대 우리에게 되살아나, 다시금 깨달음이 되고 교훈이 되어 온 인류를 위한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 땅에서부터 꽃피워야 할 사명이 우리민족에게 있음을 명령하고 있다.

3․1독립선언문의 참뜻도 91년 전 당시의 암울했던 시대상황을 들어 위력(威力)의 시대를 끝내고 도래할 도의(道義)의 시대 즉, 신천지(新天地) 시대를 약속하고 있었듯이 세종대왕의 의로운 역사 또한 오늘날 세계의 리더로 도약할 이 시대를 기약한 초석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우리 민족 모두가 다 같이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부정과 부패는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임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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