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에서 놀다 실종된 다섯 살 남자아이가 인근 호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에 많은 이들이 함께 슬퍼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가 어린이와 관련된 사건·사고에 대처하는 능력이 아직은 많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그렇기에 이 사건으로 국민이 함께 느낀 슬픔은 안타까움과 분노 그리고 죄책감이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키즈카페는 언제 돌출행동을 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특성상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어른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어야 한다. 시선을 가리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언제든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어 출입문도 닫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출입해야 하는 특성상 문을 잠가두기란 쉽지 않다. 또한 출입문 안정장치가 없는 키즈카페가 대다수다. 안전요원이 아예 없는 곳도 있고,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안전요원으로서 자격 미달인 키즈카페도 적지 않다. 언제든 사건·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에는 충북 청주의 한 키즈카페에서 안전요원 역할을 하는 고교생 아르바이트생과 놀던 아동이 1m 높이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팔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안전요원이 있다고 하더라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보여주기 식의 안전요원 배치가 아닌,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매뉴얼 등을 만들어 철저하게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린이들의 놀이공간이 있으면서도 카페라는 이유로 일반음식점이나 기타유원시설업 등으로 신고돼 위생점검만 받으면 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별도의 기준이나 제재가 없다보니 어린이 놀이기구가 설치된 곳이라 하더라도 지자체로부터 안전검사를 받는 곳도 드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들과 엄마들을 위한 키즈카페의 애초의 목적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고 할 수 있다. 출입문 개폐를 막을 수 없다면 아이들이 혼자 밖으로 나갈 수 없도록 출입문 안전장치나 보안용 회전문 같은 것을 만든다든지, 안전요원이 출입문 쪽에 배치돼 항시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아이의 실종을 제대로 알리기엔 주변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실종상황을 알리는 방송은 각종 행사로 인한 소음에 묻혀버렸고,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18세 이하 미성년자 납치사건이 발생할 경우 납치 사건 관련 경보 내용을 전국의 TV와 라디오, 고속도로 방송 및 전자표지판 등에 알리는 ‘앰버 경보 시스템’이 발효된다.

비단 납치뿐 아니라, 실종된 어린이에 대한 정보를 연방수사국(FBI)의 국가 범죄 컴퓨터에 기록하고 실종 신고가 이뤄지면 즉각 수사에 착수한다. 또한 ‘코드 아담 운동’이라는 게 있어 대형 상가 등에서 미아 신고가 접수되면 경보가 울리면서 동시에 출입구가 봉쇄되는 프로그램이 지켜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에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잘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만약이란 말은 아무 소용이 없겠지만, 만약 사건이 발생한 그 시각 주변에서 진행되던 행사를 중단하고, 실종 아동에 대한 방송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반복돼서 나갔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실종 아동 때문에 행사를 잠시 멈춰야 했다면 그것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은 없었을까. 사람 많고, 행사도 많아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곳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종 아동을 찾는 방송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와 관심을 가졌을까. 이런 걱정 아닌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어린이를 지켜줄 의무가 있는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또 미안한 마음뿐이다.

과연 언제쯤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며 내 일처럼 관심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을까.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가까웠고, 이웃집 자녀도 내 자식처럼 생각해 훈계를 하면 감사함으로 받는 일은 또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백주대낮에 어린나이의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하고 납치를 당하고, 다섯 살 어린아이가 맨발로 밖을 돌아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 아닌, 함께 걱정하고 함께 힘을 합쳐 도와주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거든, 우리가 먼저 변화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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