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일 출국한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은 일정이 꽉 짜여진데다가 정상회담과 의제마저 결코 가볍지 않아 그 성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5~6일, 양일간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라오스로 향했다. 7~8일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도 주요 사안이지만 이번 해외순방의 최대 관심사는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으로 보인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한국 배치로 결정난 이후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해왔던 터라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이 양국 관계 증진과 함께 북핵 불용 원칙에 공감한 것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내에 국한되는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닐 뿐더러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면 사드 배치의 철회 가능성에 무게를 둔 우리 측의 ‘조건부 사드 배치론’ 전략에 대해 중국 시진핑 주석은 “우리는 미국이 한국에 배치하는 사드 시스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점에 우리 정부에서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사드 배치’로 표현하면서 미국을 직접적인 당사국으로 지칭했는데, 이러한 중국 측의 인식은 지난달 미국 하원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청문회의 내용과 맥락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미국의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편입 없는 사드 배치는 무의미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었던 것인바, 이를 간파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는 핵심 목적은 북핵 문제와 관련된 범위를 넘어서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의 편입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중국은 사드 배치문제가 미국이 자신들의 핵탄도 미사일 실험까지 제어할 소지가 있다는 의구심마저 가지고 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이니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을 당사자국으로 지적하면서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조건부 사드 배치론’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북핵 불용 원칙은 중요하다. 북한이 “핵무력 강화의 기적적 성과들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하는 마당에 우리의 외교안보라인에서는 한중 양국의 시각차를 인정해 긍정적인 부분은 확대하고 부정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통제해 나가는 등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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