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시사 칼럼니스트

 

고종황제가 하늘에 제(祭)를 올리고 황제로 즉위한 원구단은 한마디로 대한제국의 발상지라 할 수 있는 신성한 영역이라 할 수 있는데, 불행하게도 이러한 원구단이 경술국치 3년 후가 되는 1913년에 일제에 의하여 철거되고 바로 그 터에 철도호텔이 들어서게 되니, 이로부터 원구단 수난의 역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원구단이 철거되기 전에 본건물인 원구단을 비롯하여 많은 부속건물들이 있었건만 현재는 황궁우를 비롯하여 석고, 삼문 정도만 남아 있는 상황이니, 참으로 대한제국의 발상지가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변모한 점에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올해는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하여 국권이 소멸된 지 100년이 되면서 동시에 원구단이 철거된 지 97년이 되니, 돌아오는 2013년이면 원구단 철거 100년이 되는데, 생각해 보면 일제시기에는 국권을 잃었기에 당시에 많은 부속건물들이 철거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해방 후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당시 정부에서 원구단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있었다면 그때까지 보존되어 있던 건물들을 얼마든지 보존할 수 있었다고 본다.

필자가 원구단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가 작년 11월부터였으니, 사실 연구한 지는 불과 몇 달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원래 황실과 관련된 자료 수집을 주로 하다가 재작년 봄부터 의친왕 칼럼을 썼으며, 이어서 작년에 본격적으로 고종황제 칼럼을 쓰다가 이렇게 원구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원구단을 연구하면서 이제는 그 방향이 잊혀진 문화재로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었으며, 특히 석고각과 정문현판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인데, 이와 관련하여 이미 지난 칼럼을 통하여 석고각과 정문현판의 연구결과를 자세히 소개한 바가 있지만,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석고각은 고종황제의 권위를 상징한 석고를 보호한 건축물이었으며, 현판은 당시 원구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정문의 현판이라는 점에 역사적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석고각은 이미 사진을 통하여 확인한 바와 같이 1958년까지 박문사 터에 보존되어 있다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에 의하여 그 이듬해인 1959년 1월에 착공되어 1967년 2월에 준공된 영빈관 공사시기에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정문현판은 1913년 원구단이 철거될 당시에 과연 존재하였는지 여부도 확실하게 규명이 안 된 실정이다.

여기서 필자가 특히 깊은 관심을 보였던 석고각에 대한 추가 조사결과를 언급한다면 다행스럽게도 석고각이 박문사로 옮겨지기 전에 작성된 건축도면이 국가기록원에 소장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하여 그 자료를 입수하는 성과가 있었다.

아울러 석고각이 원래 위치하고 있었던 원구단의 동쪽영역인 현재의 소공동 롯데백화점 주차장 일대를 답사하여 1992년 당시 국립중앙도서관이 세운 표석은 확인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석고각이 원래 위치하고 있던 터는 확인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쉽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석고각은 1935년 4월 본래의 위치에서 박문사로 옮겨 갔다가 적어도 1958년까지는 보존되어 있었는데, 그 이후 영빈관 공사를 하면서 없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인데, 과연 어떤 경위에 의하여 없어지게 되었는지 그 내력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전혀 발견이 안 되고 있다. 여기에다가 석고각이 원래 있던 자리마저도 현재 정확히 어디인지 규명이 안 된 상황이라는 점에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며, 어느 한 순간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기에 이러한 문화재의 불행을 통하여 우리 후세에게 정확한 역사적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특히 경술국치 100년을 맞이하면서 석고각과 현판의 진실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하여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더 나아가서 일제로부터 상처받은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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