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강호. (제공: 위너브라더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밀양’ ‘괴물’ ‘박쥐’ ‘설국열차’ ‘변호인’ ‘관상’ ‘사도’ 등 대한민국의 영화계의 중심엔 배우 송강호가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이며 인상 깊은 캐릭터를 탄생시켜온 송강호. 그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해 “송강호가 출연하는 영화는 봐야지”라는 이론을 만들어 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에서 ‘이정출’로 분했다. 영화 ‘밀정’은 황옥경부사건과 사건의 주동자로 알려진 황옥, 의열단원 김상옥, 김시현 의사의 이야기를 극화해 재구성한 시대극이다.

조선인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경무국 경부 자리까지 오르지만 현실의 생존과 애국의 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정출’로 분했다. 영화 ‘밀정’에서 배우 송강호가 맡은 ‘이정출’이 황옥이라는 인물을 재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누가 밀정인지를 파헤치는 긴장감보다는 혼란의 시기인 일제강점기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대립에 초점을 맞췄다.

이 같은 설정이 가능한 것은 송강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는 “겸손의 말이 아니라 사실 늘 전체적으로 아쉽고,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도 ‘관객들에게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갖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은 이루고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강호와 일문일답.

― ‘밀정’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이야기의 콘셉트라고 할까.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많이 접해봤지만 ‘회색빛’ 느낌이 나는 암울한 시대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구성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또한 김지운 감독이 같이한다는 점이 컸다.

▲ 송강호. (제공: 위너브라더스)

― ‘이정출’이 밀정인지, 독립투사인지 애매하다.

그게 또 ‘이정출’의 매력인 것 같다. 이 영화가 얘기하는 것이 그런 지점이 아닐까. ‘이정출’ 변심의 계기가 좀 약하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어떤 사건을 겪고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재미없지 않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어느 순간 눈빛 하나에도 감화가 될 수 있고, 말 한마디에도 전향할 수 있어서 김지운 감독이 그런 쪽에서 깊이 있는 연출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보는 시선의 각도가 조금 달라졌다. 황옥이라는 분도 실제 자료를 보면 거의 비슷하다. 이쪽도 저쪽도 아니다. 일제의 입장에선 배신이다. 진실을 보고하지 않고 비호했고, 독립군 쪽에서 보면 친일적인 행적이 분명히 있다.

― 이중간첩 연기 힘들었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아마 흔들리고 방향을 바꾸기 위한 유화적인 캐릭터는 아닐 것이다. ‘이정출’은 악랄한 사람인지 친일에 극단을 달리는 사람인지 오히려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예전에는 임시정부를 위해서도 잠시 일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 사람의 정체가 모호한 게 이 작품이 주고 싶은 메시지이지 않을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중에서는 이정출 같은 인물도 있었다는 것. 그래서 모호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싶다.

― ‘밀정’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연민이다. 연민도 있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아픔을 영화가 담고 있다. ‘이정출’이 ‘연계순(한지민 분)’의 시신을 보고 고통에 찬 장면이 있는데 시신을 정확하게 보여주진 않는다. 작은 손을 보여주는데 김지운 감독이 찍기 며칠 전부터 그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아프고 슬픈 장면이 될 것 같다고 넌지시 말씀하셨다. 그 작은 손이 우리 민족을 상징한 것 아닐까. 고통받고, 생명이 끊어진 작은 손 하나 잡아주지 못했던 시대였다라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송강호. (제공: 위너브라더스)

― 서대문형무소에서 실제 촬영했다고 하는데 느끼는 바가 남다를 것 같다.

그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영하 몇십도로 떨어진 지난해 겨울 가장 추운 날이었다. 짚신을 신고 가는데 진짜 발이 떨어져 나간 것 같더라. 발가락 감각이 없을 정도로 추웠다. 독립투사들은 이것보다 몇 배는 더 혹독한 환경에서 수년, 수십 년 지내시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졌다.

― 많은 후배가 롤모델로 삼는데.

그래서 더 부담감이 많이 드는 것 같다. 후배들이 주목하고 있고 예의주시한다는 생각에 작품을 할 때마다 나태해지지 않으려는 긍정적인 마음이 스스로 생겼다. 후배가 많아지니까 아무래도 선배로서 건강한 부담감을 안고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것이 후배나 관객들에게도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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